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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츠

메르츠 Merz

하노버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독일 다다이스트 슈비터즈Kurt Schwitters(1887~1948)가 자신의 작품에 붙인 명칭이자, 그의 예술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메르츠라는 단어 자체는 ‘Kommerz-und Privatsbank’라는 문구가 적힌 인쇄물에서 우연히 선택한 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슈비터즈는 제1차세계대전 말부터 병마개, 신문지, 광고 전단, 기차표, 단추, 성냥, 못 등 일상 생활에서 버려진 폐품들을 이용해 콜라주*하기 시작했으며 다양한 재료 간의 조화와 물질의 만남으로 인한 대비 효과를 통해 기존의 회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시도하였다. 메르츠의 중심 사상은 폐품 미학과 우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슈비터즈에게 메르츠는 ‘시각(vision)으로 확장될 수 있는 모든 예술 형태’를 의미했으며, 이것은 쓰레기임에도 불구하고 조형성을 지닌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우연한 만남과 의외성, 마술적 생명력을 지닌 메르츠는 산업적 시정(詩情)을 감지하게 하며 또한 추상적 차원으로 다가설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그러나 슈비터즈의 이러한 서정성은 베를린 다다이스트인 휠젠벡Rihardt Hulsenbeck에 의해 ‘핏기없는 표현주의*의 추상성’과 ‘나약한 감상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슈비터즈는 192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메르츠를 중심으로 그의 예술 사상을 펴기 시작했다. 회화에서 출발한 메르츠 작업은 점차 이차원적인 평면 작업에서 발전하여 삼차원의 오브제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조각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건축적 차원으로 확장되었는데, 메르츠는 이같은 발전 단계에 따라 평면 작업인 ‘메르츠빌트’와 현실 공간 속에 위치한 입체 작품인 ‘메르츠바우’로 나뉘어진다. 슈비터즈는 하노버에 있는 자신의 집에 일종의 환경물인 메르츠바우를 조성하였고 여기에서 정기적으로 다다이스트들의 모임을 주최하였다.
메르츠 미학에 입각한 건축물인 메르츠바우는 삶과 예술을 총체적으로 종합한 환경 미술*이며 또한 예술 간의 구분을 넘어선 총체 예술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슈비터즈가 1940년 영국으로 망명한 후에 제작한 말년의 메르츠바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2층으로까지 확대되었다고 한다. 시인이자 화가, 공연자였던 슈비터즈에게 메르츠 개념은 회화 뿐 아니라 그의 예술 세계 전반을 대변하는 미학이었다. 그는 나치에 의해 퇴폐 예술가로 낙인 찍혀 제2차세계대전 중 영국으로 망명, 그곳에서 객사하였지만, 메르츠를 통해 추구한 슈비터즈의 폐품 미학은 전후에 등장한 정크 아트*의 선구자로서 새롭게 재평가되었다.

메르츠바우

메르츠바우 Merzbau

→ ‘메르츠’ 참조

메르츠빌트

메르츠빌트 Merzbild

→ ‘메르츠’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