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미술관 美術館 museum(영, 독)
박물관에서도 특히 미술 작품의 수집과 보존, 전시를 담당하는 시설. 이 명칭의 어원인 뮤제이온(museion)은 뮤즈*에서 비롯되었다. 뮤즈 여신을 경배하기 위해 창건된 신전이 고전적 개념의 박물관으로서 종교적 봉헌물들을 사람들에게 개방하여 신앙심을 고양시켰다. 한편 세계 최초의 박물관이자 미술관은 3세기경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1세Ptolemaios Ⅰ가 알렉산드리아에 세웠던 거대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로마 시대의 박물관은 개인 소장품을 진열함으로써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한 장소였다. 중세 시대에는 수도원*이나 교회들이 박물관의 기능을 수행하였고, 따라서 종교적 경험을 예술 형태로 시각화하는 장소로서 이해되었다. 미술품이 그 자체의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은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이며, 1539년 지오비오Paolo Giovio가 글에서 자신의 소장품을 ‘뮤자에움(musaeum)’이라고 지칭함으로써 미술관이라는 용어가 최초로 등장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관은 귀족들이 자신의 귀중품을 소장, 진열하여 과시하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렀다.
본격적인 의미에서 현재와 같은 공공 미술관은 프랑스 혁명 직후인 1793년 현재의 루브르미술관의 전신인 ‘중앙미술관Musée Central des Arts’이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출현하였다. 그것은 대혁명이 내세운 평등의 이념에 따라 예술의 공유를 표방함으로써 미술관의 근대적인 개념 정립에 기초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개방 하루만에 3천여 점에 이르는 작품들이 도난을 당하자, 루브르미술관은 소장품 목록을 작성하고 시대별, 종류별, 재료별로 구분하여 관리할 수 있는 기초를 세움으로써 오늘날 미술품의 보존과 관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였다.
한편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에카테리나 여제Ekaterina Ⅰ의 개인 컬렉션*을 소장하는 것에서 발전하여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일반 대중에게 문을 개방하였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의 주요 미술관은 대부분 시민 사회의 성립 이후 귀족이나 왕실의 수집품이 국가에 헌납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한편 19세기초에는 최초의 개인 미술관인 영국의 덜위치갤러리Dulwich Gallery가 탄생하였고, 특히 독일의 글리토테크Glytothek와 알테스미술관Altes Museum 등은 당대 유럽뿐 아니라 20세기초 미국 미술관 건축의 표준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령상 미술관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미술관의 주요 사업으로는 자료의 수집과 보존, 관리 및 전시, 학술적인 조사와 연구, 강연회, 연구회 등의 개최, 간행물의 제작 및 배포 등이 있다. 그 밖의 조건으로는 일반적으로 그 자료가 1백점 이상일 것, 1명 이상의 학예연구원, 일정 크기의 건물 및 토지, 100㎡ 이상의 전시실 혹은 2,000㎡ 이상의 야외 전시장, 일정 기간의 전시(연간 90일 이상 개방하되, 1일 개방 시간은 4시간 이상), 그리고 수장고와 사무실, 혹은 연구실과 자료실, 강당 등의 시설을 갖추어야만 설립이 가능하다. 또한 미술관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영리를 목적으로 작품을 매매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은 단순히 예술품의 수집과 저장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교육을 위한 사회적 기능까지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 미술관은 열린 공간으로서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서 수동적인 관람의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적인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