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비평
미술비평 美術批評 art criticism(영)
시각예술 분야에서 미술 작품의 미학*적인 가치나 특성을 평가하는 일. 작품을 설명하고 해석하여 그 가치를 판단함으로써 더 나아가서는 창조 활동의 본질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평의 방법이나 태도는 평자의 세계관이나 미적 기준에 따라 달라지며, 현대의 미술 비평에서는 미술사가가 비평가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리드Herbert Read(1893~1968)나 이탈리아의 벤추리Lionello Venturi(1885~1961) 등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미술비평을 예술 작품에 대한 미적 가치판단이나 미의 이론추구로 이해한 벤추리의 견해에 입각해 보면, 고대 이래로 미술이론가나 미술사가는 모두 미술비평가로 간주될 수 있다. 미술 작품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유사 이래 미술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나, 미술비평이 독자적인 대상과 방법을 가지고 행하는 독특한 평론으로서 인정받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원전 3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제노크라테스Xenocrates가 최초의 미술비평가로 알려져 있으며, 미술을 지적이고 이성적인 활동으로 이해하였던 르네상스 시대에 미술비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18세기에 이르러서는 미술사와 미술비평이 분리됨에 따라 비평의 독자적인 활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고전미의 이상으로 ‘고요한 단순미와 웅장함’을 강조하였던 빈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1717~1768)이나, 《라오콘*Laokoön》(1766)에서 시간과 공간을 기준으로 예술을 구분한 레싱Gotthold E. Lessing(1729~1781)이 당시의 대표적인 비평가들이다. 특히 살롱*평으로 등단한 디드로Denis Diderot(1713~1784)는 19세기 이후 미술비평이 하나의 전문화된 영역으로 확립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19세기 이전의 미술비평은 개별 작품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검토하기보다는 미술의 도덕적 목표와 이상(진선미)을 일반화하는 작업에 치중되었다. 그러나 19세기에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미술의 경제적 후원자가 소수의 권력자로부터 일반 시민계급으로 이행하였고 결과적으로 미술품 시장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예술가와 애호자의 중개자로서 대중의 취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 비평가들은 특정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평가의 대상도 동시대 미술로부터 과거의 작품에까지 널리 확대되었으며 미술비평은 독립된 지적 활동의 한 분야로 성립되었다.
또한 19세기에는 대규모 미술 전람회가 성행했고, 신문이 대중에 대량 보급되면서 신문을 통한 본격적인 미술비평 활동이 전개되었다. 특히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1821~1867)와 같은 문인이 쓴 살롱 미술비평은 당대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후 지금까지도 미술잡지나 저서 출판 등 저널리즘은 미술비평의 주요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기존 미술의 표현양식과 개념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20세기에는 수많은 미술운동들이 새롭게 대두되었고, 일부 비평가들은 옹호자 또는 정신적 지도자의 역할을 자처하면서 그들을 선도하였다. 영국의 비평가 프라이Roger Fry는 대중이 후기인상주의*에 친숙해지도록 도와주었으며,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1909~1994)는 전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