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미술
미얀마 미술 Myanmar Art(영)
11세기경 미얀마족에 속하는 아노라타왕Anowratā(재위 1044~1077)이 미얀마를 통일해 파간왕조Pagān(1044~1287)를 세우기 전까지 미얀마에는 2개의 중요한 종족이 있었다. 남부에는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은 서(西)몬Mon족이 타통Thaton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었으며, 북부에는 중국 문헌에 등장하는 표국(驃國), 즉 퓨Pyu족의 나라가 있었다. 표국의 유적은 하린, 베으크타노, 프롬Prome에 전하고 있다(5, 6~9세기). 프롬을 중심으로 대승불교가, 타통 일대에는 소승불교가 성행했는데, 아노라타왕이 타통을 정복한 후에 미얀마에서 성행하고 있던 밀교나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한 아리교 등을 엄격한 스리랑카계 소승불교로 통일시켰다.
11~13세기에 걸쳐 번영한 파간왕조는 조형 활동도 매우 활발했으며 특히 파간 지역은 불교의 중심지가 되어 파고다가 5,000기 이상 만들어졌다. 보통 파고다라고 하는 미얀마의 사탑(寺塔)은 고탑형(高塔形)으로서 불탑 형식인 제디(zedi)와 사당 형식의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제디는 내부가 꽉찬 종(鐘)모양의 스투파*로서 스리랑카의 스투파 형태에서 비롯되었다. 여러 층의 기단을 겹쳐 쌓고 정상에는 스리랑카식의 원추형 상륜을 올려놓거나 가늘고 높은 티(hti, 미얀마어로 산개傘蓋라는 뜻)를 얹은 형식이다. 사당 형식은 두터운 벽의 탑신(塔身) 안에 불상*을 모신 감실을 갖추고 윗부분에는 시카라*나 제디에서 볼 수 있는 높은 탑을 올려 놓은 것으로서 12세기부터 등장한다. 유명한 파고다로는 11세기의 난파야Nanpaya, 슈베다곤Shwe Dagon, 아난다Ananda, 페틀레이크Petleik의 탑과, 12세기에 조영된 타트핀유, 슈그기탑, 13세기의 마하보디, 민갈라제디Mingalazedi, 티로민로 탑이 있다. 특히 아난다탑은 불교의 탑 형식과 힌두 사원*의 높은 탑을 혼합하여 미얀마식으로 재구성한 호화로운 탑이다. 타통이나 페구Pegu, 랑군Yangon에 남아 있는 탑은 모두 근세에 복원한 것이다. 18세기에 재건된 약 112m 높이의 〈슈베다곤탑〉(랑군 소재)은 황금으로 도장되어 있다.
조각품으로는 인도 굽타시대* 양식의 청동제 소불상(小佛像)과 금은제의 작은 상들이 있고, 공예품으로는 은제 사리 용기가 알려져 있다. 불전도*나 본생담*을 새긴 석판이나 테라코타*가 파고다에 장식되어 있었는데 모두 인도 팔라 시대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파간시대에 속하는 불상은 석가상이나 과거사불(過去四佛)에 한정되어 있는데 투명하고 얇은 대의를 걸친 불상 형식은 역시 팔라 시대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난다탑〉(1090경)의 감실에는 도금을 한 10m 이상의 목조 불상 4구가 모셔져 있으며 불전도나 본생담을 새긴 부조판도 여러 점 남아 있다. 미얀마의 불상은 열반상 및 항마촉지인과 시무외, 여원인을 한 형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본생담과 불전도를 주제로 한 벽화도 파간시대에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