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 佛具
불교의식이 거행되거나 법당의 장엄을 위한 도구. 의식용구로는 범종, 운판, 목어, 법고, 목탁, 향로, 정병, 요령, 금강저, 석장, 위패 등이 있고, 장엄용구로는 번, 당, 천개, 풍령, 화병 등이 있다.
①범종(梵鐘):범종은 종루에 걸어놓고 당목(撞木)으로 쳐서 시간을 알리거나 대중을 모을 때 사용된다. 범(梵)은 우주만물이며 진리란 뜻으로, 범종은 그 소리를 내는 것이란 뜻. 종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악도(惡道)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앙적 의미가 있다. 기원은 인도의 ‘건추犍椎’라는 악기이나 유물이 남아 있지 않아 생김새는 알 수 없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만들어진 ‘동탁’이나 ‘풍탁’이 변형된 것이라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범종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현존유물은 8세기 이후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범종의 외형은 용뉴(龍鈕), 음관(音管, 용통), 유곽(乳廓), 유(乳), 당좌(撞座) 등으로 갖추어져 있으며, 음관은 한국 범종의 특징이다. 725년 〈상원사上院寺 동종〉이 가장 오래된 예이며, 고려시대에는 공예적인 성격의 소종(小鐘)이 많이 만들어졌다.
②금강저(金剛杵)vajra(범):밀교의식용(密敎儀式用) 불구로서 번뇌를 없애는 보리심을 상징한다. 원래는 고대 인도의 무기였다가, 불교에 들어와서 여래의 금강과 같은 지혜로서 마음속에 있는 어리석은 망상을 파멸시키는 무기로 의미가 변화하였다. 형태는 양쪽 끝이 뾰족하며, 독고(獨鈷)저, 2고저, 3고저, 4고저, 5고저, 9고저가 있다. 독고저가 가장 고식(古式)이다. 금강저는 사악한 것을 없앤다는 의미에서 만다라*나 사경* 등 불화의 테두리에 장식되기도 한다.
③금강령(金剛鈴):불교의식에 사용되는 불구의 하나. 진언을 송경할 때나 성현 또는 천인 그리고 망령들을 초청할 때에 쓰인다. 요령(搖鈴)이라고도 한다. 청동제품이 대부분이며, 형태는 종신(鐘身)과 손잡이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종(鐘)에 번뇌를 없애준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금강저의 형태가 합쳐진 것이다. 원래는 인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중국 당唐나라 때 불교에 수용되어 금강저와 함께 밀교의식용으로 쓰여지게 되었다. 보통 손잡이 형태에 따라 독고령, 3고령, 5고령, 9고령, 보주령(寶珠鈴), 탑령(塔鈴)으로 분류되는데, 한국에서는 3고령과 5고령만 볼 수 있다. 종신부분에는 용 또는 불상*, 사천왕*, 명왕*상 등의 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④정병(淨甁)kundika(범):가장 깨끗한 물을 넣는 병으로, 주둥이 부분과 목부분, 몸체부분 등 3부분으로 이루어졌는데 목부분이 길다. 인도에서 발생하여 불교와 함께 중국과 한국 등에 전해졌으며 불(佛) 앞에 물공양으로 바치는 불기(佛器)로서의 성격과 불, 보살의 구제자적인 성격을 표현하는 지물*이라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정병은 청동으로 만든 것과 도자기가 주로 쓰였으며, 고려시대에 대량으로 조성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제92호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은 고려시대의 우수한 금속공예의 한 면을 보여준다.
⑤당번(幢幡):‘증번(繒幡)’이라고도 한다. 불, 보살의 위덕을 표시하고 불전을 장엄하기 위해 사용된 ‘당(幢)’과 ‘번(幡)’이다. 당은 장군이 병졸을 통솔할 때 쓰는 군기의 일종이다. 불교에서는 부처가 법왕으로서 모든 번뇌를 파괴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쓰였다. 번은 불전 안의 기둥이나 천개 또는 법당 밖에 거는 깃발을 말한다. 인도에서는 성자(聖者)를 표시하거나 무공을 알리기 위해 쓰였으나 불교에 들어와서는 악귀를 항복시키는 것을 상징한다. 번의 종류로는 관정번(灌頂幡), 정번(庭幡), 평번(平幡), 사번(絲幡), 옥번(玉幡), 목당번(木幢幡) 등이 있다.
⑥천개(天蓋):불상 위에 설치되는 일종의 닫집. ‘보개(寶蓋)’ ‘화개(花蓋)’ ‘산개(傘蓋)’ ‘현개(縣蓋)’ ‘원개(圓蓋)’라고 하기도 한다. 부처가 머무는 도솔천의 내원궁(內院宮)을 묘사하여 불상의 상부를 장엄하는 일종의 목조건물이다. 고대 인도에서 햇빛이나 비를 막기 위한 우산에서 출발하여 귀인(貴人)의 상징으로 쓰였다. 불교에 들어와서 사원의 천장을 장식하거나 불, 보살의 머리 위를 장엄하는 장식물로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