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 風景畵
landscape painting(영)
풍경을 주제로 한 회화. ‘풍경’이라는 말은 원래 네덜란드어에 어원을 둔 화가들의 용어. 회화에서 자연 경관을 나타내는 것을 기술하기 위해 16세기 후반에 처음 사용하였다.
이집트, 비잔틴*, 로마네스크* 시대의 유럽의 종교적인 미술에서도 주요 주제의 배경으로 풍경적 요소가 매우 양식화된 형태로 도입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회화에서는 흔히 강을 비롯한 자연적인 지형을 신의 모습으로 상징화하거나, 물고기, 새 등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했었다.
자연 경치 그 자체를 즐기고 활용하기 시작한 미술이 처음 등장한 때는 로마 시대이다. 자연의 힘에 대해 거의 신비적인 숭배를 했던 중국 등 극동 지방에서는 일찍부터 풍경화 즉 산수화*가 발달하였으며, 훗날 유럽 풍경화에도 영향을 미쳤으나, 유럽에서 풍경화가 독립된 장르*로 처음 등장한 것은 16세기부터이다.
풍경이 그림의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 것은 화가와 그들의 파트롱*들이 풍경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된 후에 가능해졌다. 아주 최근까지 사람들은 자연을 하나의 통합된 연관물로 보지 않고 별개의 물체의 집합으로 본 것 같다. 자연을 ‘경치’로 보는 능력은 화가들에 의해 획득되었고, 원근법*을 사용해 구체화한 그림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전파되었다. 자연을 본대로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양식화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원근법을 통해 비로소 풍경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르네상스*의 이탈리아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는 미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구현, 전파했다. 그는 미술가란 단순히 삽화가가 아니라 시인과 같은 세계의 창조자라고 보았다. 그의 영향을 받아 목가적인 삽화가 유행하였으며 플랑드르 지방의 그림에는 이야기적인 요소가 줄어들고 섬세하게 세부 묘사를 한 풍경을 그림의 배경으로 하는 것이 눈에 띈다.
최초의 ‘순수한’ 풍경화는 이탈리아와 플랑드르의 중간에 위치한 다뉴브 지방에서 그려졌다. ‘그림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인습을 깨뜨린 사람은 알트도르퍼Albrecht Altdorfer(1480~1538)로서 유화*, 에칭*, 수채화* 등에서 풍경 그 자체를 수용 가능한 주제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 개혁은 풍경화의 발달에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때의 풍경화에는 ‘자연주의적’인 작품은 드물며, 상당히 엄격한 공식에 맞춰 배열한 환상적 주제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탈리아에서의 풍경화는 이상적이고 영웅적인 경향으로 나아간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소박하고 사실주의적인 풍경화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여러 유형의 풍경화가 자유롭게 창작되고 있었다. 로랭Claude Lorrain(1600~1682), 거틴Thomas Girtin(1775~1802), 터너William Turner(1775~1851) 등이 독창적인 화필을 구사하고 있던 당시 마침내 콘스터블John Constable(1776~1837)은 루이스달Jacob van Ruisdael(c.1628~1682)과 호베마 Meindert Hobbema(1638~1709)에게서 시각적 진실을 표현할 언어의 원천을 찾았다. 콘스터블의 신선한 시각과 화풍은 프랑스 낭만파, 특히 바르비종파*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편 시적인 풍경화도 그 추종자들을 잃지 않아 독일의 프리드리히Casper David Friedrich(1774~1840)와 영국의 터너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9세기 후반, 터너의 영향을 받은 모네Claude Monet(1840~1926)는 비회화적, 문학적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고 눈에 보이는 인상에 충실함으로써 화가의 주제 가운데 풍경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 후 세잔느Paul Cézanne(1839~1906),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 등 후기인상파*들도 풍경을 자주 그렸다.
그러나 현대 미술은 사실성에서 후퇴하여, 루소 Henri Rousseau(1577~1640)를 추종하는 일요화가들만이 아직도 풍경을 성실하게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20세기의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몽상적 풍경화의 매력과 공포를 발견했으며, 한편 세잔느에게서 입체주의* 화가들로 이어지는 여러 추상, 반추상 계열의 화가들은 풍경을 정물의 일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