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렛
룰렛 roulette(프)
동판화* 도구의 일종. 강철 원판으로 된 북 모양의 롤러와 반대편 끝에 달려 있는 뾰족한 톱니바퀴로 구성되어 있다. 가운데 있는 중심축에 나무나 금속의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쉽게 굴릴 수 있다. 명칭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작은 바퀴’라는 뜻의 단어에서 유래하였다. 동판면 위에 점선이나 반복적인 압인문을 새기는 데 사용하며, 특히 18세기에 발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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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 Renaissance Art(영)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6세기 유럽 전역을 풍미하며 정점에 이르렀던 미술 경향. 본래 프랑스어로 ‘재탄생’을 의미하는 르네상스라는 용어는 문학 및 예술운동에서 특정한 시대를 의미하는 것 이외에도 중세기의 마감과 근대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전환기를 포괄하고 있다.
미술사가인 바자리Giorgio Vasari(1511~1574)는 《미술가 열전Le vite de’più eccelenti architetti, Picttoroi et scultori Italiani》(1550)에서 13세기 후반 이후의 이탈리아, 특히 토스카나의 미술가들에게 로마제국의 몰락과 함께 잊혀진 미술의 부활을 주장하였다. 여기에서 바자리가 표현한 이탈리아어로 ‘부활(rinascimento)’이라는 단어를 1840년경 프랑스의 미슐레Jules Michelet가 번역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라는 용어가 유래되었다. ‘르네상스야말로 세계와 인간에 대한 발견이었다’는 유명한 문구를 남긴 미슐레는 르네상스를 단순한 문화적 부흥 이상의 것, 즉 근대 세계의 출발이었다고 주장한 최초의 역사가였다. 이어서 스위스의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도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근대 정신이 탄생한 시기라고 해석하였다.
르네상스는 우선 기본적으로 문화적, 미술적 재흥을 의미했으며, 특히 르네상스는 그리스 로마 문화를 회생시키려는 의식적인 운동이었다. 이는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1446)와 도나텔로Donatello(1382~1466)가 로마에서 고대 로마식 건축과 조각에 관한 연구에 몰두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들이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자신들의 고전 지식을 이용한 작품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고대 세계의 미술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고전주의*의 부활, 인본주의(humanism), 자연의 재발견, 개인의 창조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르네상스 정신이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된 것은 무엇보다 미술 분야였다. 당시 미술은 과학의 차원으로까지 간주되었으며, 자연을 탐구하는 수단인 동시에 발견의 기록이었다. 따라서 미술은 가시적인 세계에 대한 관찰에 바탕을 두고 원근법* 등의 수학적 원칙에 따라 실행되었다. 르네상스 회화의 창시자인 마사치오Masaccio(1401~1428)는 인체해부학을 연구하였고, 원근법에 의한 객관적 사실주의를 추구하였다. 그의 뒤를 이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1415~1492), 베로키오Andrea del Verrocchio(c.1435~1488) 등은 선과 공간을 이용한 원근법과 해부학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편 르네상스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인 13세기말과 14세기초 ‘초기 르네상스(proto-renaissance)’ 시기의 대표적인 화가로는 지오토Giotto(1266~1337)가 있다. 명료하고 단순한 구조와 심리적 통찰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피렌체의 치마부에Giovani Cimabue(c.1240~1302)와 같은 동시대 작가들이 선을 사용한 단조로운 장식과 종교적 위계 질서를 연상시키는 구성 방식에 의존했던 것과는 구별되는 것이었다.
15세기에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보티첼리Botticelli(1445~1510), 만테냐Mantegna(1430~1506)가 활약했고, 16세기에는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 등지에서 미켈란젤로Michelangelo(1475~1564), 라파엘로Raffaello(1483~1520),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 같은 거장들이 나와 1490년대 초반부터 1527년까지 대략 35년간 지속되었던 전성기 르네상스(high-renaissance) 회화 양식을 완성하였다.
르네상스 인문주의는 인간을 우주의 중심으로 규정하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파악했으며, 인간은 모든 지식을 포용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해야 했다. 한편 스스로를 조각가라고 여겼던 미켈란젤로는 그의 그림조차도 조각적으로 표현하였다. 미켈란젤로 최고의 역작은 1508년에서 1512년까지 4년에 걸쳐 제작한 바티칸의 시스틴 성당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대규모 천장 프레스코*화이다. 다음으로 라파엘로는 고전적인 정신, 즉 조화와 미 등을 완벽하게 표현하여 고유의 우아한 화풍을 확립하였다.
한편 르네상스 건축은 중세 고딕 건축처럼 추상적인 선의 형식이 아니라, 그리스와 로마 건축을 모델로 한 인본적이고 구성적인 형태미를 특징으로 한다. 당시 피렌체에는 부유한 상인 권력 가문들에 의해 많은 궁전과 교회, 수도원* 등의 건축물이 제작되었고 그 내부는 미술 작품으로 장식되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는 예술 활동에 호의적이었고 미술가들에 대한 지지와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독특한 피렌체의 상황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이 발전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하였다.
전성기 르네상스 건축에서 그 창시자는 브라만테Donato Bramante(1444~1514)라고 할 수 있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그를 교황청 건축가로 임명하고 4세기에 세워진 성베드로 대성당의 대대적인 개축안을 구상하게 했는데, 이 때 브라만테가 설계한 성베드로 대성당의 쿠폴라는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대성당 돔, 만토바에 있는 알베르티Leone Battista Alberti(1404~1472)의 산토 안드레아 성당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르네상스 건축으로 손꼽힌다. 이 밖의 건축가로는 팔라디오Andrea Palladio(1508~1580) 등이 있고, 조각에서는 도나텔로Donatello(1382~1466), 베로키오Verrocchio(c.1435~1488), 기베르티Lorenzo Ghiberti(c.1378~1455)가 대표적이다.
번성을 거듭하던 르네상스는 1527년 로마의 몰락과 함께 막을 내리고 16세기에는 매너리즘*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정신에 근거한 예술 작품들은 이탈리아 북부와 북유럽에서 계속 탄생하였다. 티치아노Tiziano(c.1485~1576), 지오르지오네Giorgione(1476~1510), 틴토레토Tintoretto(1518~1594), 베로네제Paolo Veronese(1528~1588) 등이 활약한 베네치아파*도 그중 하나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지적인 분위기에 가장 근접한 16세기 화가는 독일의 뒤러Albrecht Dürer(1471~1528)였다. 그는 시각적인 실험과 자연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구하였으며 동판화*와 목판화*를 이용하여 르네상스와 북구의 고딕 양식을 융합시켜 서구 세계에 확산시켰다.
한편 북알프스에서는 플랑드르의 반 아이크 형제Hubert & Jan van Eyck와 보슈Hieronymus Bosch(c.1450~1516), 네덜란드의 브뤼겔Pieter Bruegel(c.1525~1569), 독일의 크라나흐Lucas Cranach(1472~1553), 홀바인Hans Holbein(1497~1543), 프랑스의 퐁텐블로파* 등이 활약하며 르네상스 미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르푸스와르 repoussoir(프)
프랑스어로 ‘밀어내다, 물리치다’를 뜻하는 동사 repousser에서 유래한 회화 기법 상의 용어. 그림의 구성상 전경(前景)에 위치하여 관람자의 시선을 화면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나 물체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르푸스와르는 두드러지거나 진한 색채로 묘사됨으로써 상대적으로 회화의 배경에 있는 장소나 주된 정경이 후퇴하는 듯이 보이는 효과를 유발하여 화면에 깊이감을 준다. 뿐만 아니라 묘사하려는 장면이나 이야기를 부각시킨다.
리노컷 linocut, linoleum print(영)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판화* 기법으로 목판화*와 목각의 중간에 해당하는 부조 판화. 두꺼운 리놀륨 판을 조각도와 끌로 깎아 내는 볼록판으로서 목판화에서 발전한 형태이다. 따라서 인쇄 방법은 목판화와 같다. 그러나 재질이 무르고 연하며 표면이 고른 리놀륨을 소재로 사용하므로 상대적으로 목판화보다 작업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또한 다양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으며 단시간에 작업이 가능하다. 비용도 저렴하여 미술 교육용 소재로 많이 쓰인다. 정교하고 자연주의적인 효과보다는 선이 굵고 단순화된 형태의 표현에 적합하기 때문에 장식적인 대형 색채 판화의 제작에 자주 사용된다. 특히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나 마티스Henry Matisse(1869~1954) 등의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재조명되었다.
리듬 rhythm(영)
음악을 비롯해 인간의 제반 활동에서 그대로의 형태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시간의 체험을 분절(分節)하고 관련시킴으로써 하나의 종합된 것으로 구조화하는 작용. 흔히 율동(律動), 절주(節奏) 등으로 번역된다. 어원적으로는 그리스어로 ‘흐르다’는 뜻의 ‘rhythomos’에서 유래하였다. 시간예술과 공간예술*을 불문하고 신체적 운동이나 심리적, 생리적 작용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리듬은 넓은 의미에서 동일한 혹은 유사한 요소들의 규칙적인 반복에 의한 운동의 시간적 경과와 분절을 뜻한다.
다양한 부분들의 전체적인 조화와 통일을 위한 미적 형식 원리의 하나인 리듬은 특히 음악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라고 간주되어 왔다. 플라톤Plato은 음악의 세가지 요소로 멜로디, 하모니, 리듬을 꼽았다. 그러나 멜로디와 하모니가 없는 음악은 있어도 리듬이 없는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리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원래 리듬은 인간체험의 근본 형식이며 시간예술의 중요한 계기이지만, 조형예술에서도 공간적 요소에 폭넓게 적용되며 특히 장식의 중요한 구성원리이다.
리빙 스컬프처 living sculpture(영)
예술가가 물리적인 오브제*에 의한 제작을 포기하거나 작가 자신을 미술품으로 제시하는 미술 경향. 예를 들어 1961년 만조니Piero Manzoni(1933~1963)는 누드 모델의 몸에 사인을 하여 동료들에게 그것이 미술 작품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후 만조니는 자신의 신체뿐 아니라 그것의 유기적인 과정과 분비물까지도 예술로 동일시하였다. 바우티어Ben Vautier는 자신을 15일 동안 갤러리의 창가에 전시하며 생체 조각의 사례를 선보였으며, 브리즐리Stuart Brisley(1933~ )는 <삶의 상황들>이라는 전시에서 자기 자신을 다양하게 배열하여 전시하였다.
한편 그 대상은 작가의 차원을 넘어서 관람객에게로 전도되었다. 1969년 린드Pi Lind는 화랑 안에 주춧돌을 놓았는데 여기에서는 무심코 그 위에 앉는 관객들을 일종의 조각 작품화했다. 한편 제임스Ann James는 1972년 <역으로 된 조각>이라는 전시회에서 관람자가 전적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