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기
칠기 漆器
옻칠을 하여 보강하거나 장식한 기물이나 기구로서 동양 특유의 공예품. 옻은 한국,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채취되는 옻나무의 수지(樹脂)이다. 칠에는 옻나무에 흠집을 내어 받아낸 생옻과 옻나무를 벌채해서 불에 구워 수분을 제거하고 얻어낸 정제된 옻이 있다. 생옻을 입히면 처음에는 검은 빛을 띠다가 점차 검붉은 빛이 되고 후에 붉고 투명한 색으로 변해서 맑고 윤이 흐른다. 정제된 옻은 생옻에 철분을 가해서 검게 흑칠(黑漆)하거나 안료를 섞어 주칠(朱漆)로 바른다. 용기의 경우는 겉은 흑칠을, 안쪽은 주칠을 한 것이 많다. 옻칠은 고온에 잘 견디며 습기를 막아주고 병충해의 피해를 예방하여 재질의 부패를 막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칠기의 종류로는 바탕재에 따라 목심(木心)칠기, 죽심(竹心)칠기, 가죽에 칠한 칠피(漆皮)칠기 또는 피심(皮心)칠기, 녹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금속에 칠한 금태(金胎)칠기, 토기나 도기 표면에 칠한 와태(瓦胎)칠기 또는 도태(陶胎)칠기, 종이 위에 칠한 지승(紙繩)칠기 또는 건칠(乾漆)칠기, 거북 껍데기에 칠한 대모(玳瑁)칠기 등이 있다. 최고(最古)의 칠기는 중국에서 7천년 전부터 발견되었고 은주(殷周)시대 이래 계속 발전해왔다. 전국(戰國)시대에는 목심칠기가 완성되었고 한대(漢代)에는 협저(夾紵)칠기가 성행하였다. 당대(唐代)에는 은이나 나전(螺鈿)에 정교한 문양을 새기는 평탈*(平脫)칠기가 만들어졌다.
한국에는 청동기 시대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의 예로, 고구려 사신총과 집안 오회분 등의 칠관(漆棺), 백제 무녕왕릉 출토 칠관과 두침(頭枕), 족좌(足座) 등이 대표적이다. 신라의 금관총金冠塚, 천마총天馬塚, 황남대총皇南大塚, 안압지雁鴨池에서도 많이 출토되었고 고려, 조선시대에는 나전칠기* 제작에 많이 활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