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
백화 帛畵 bo-hua(중)
비단 위에 그린 중국 고대의 그림. 견직물은 고대 중국에서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의 중요한 서화용 재료였다. 현존하는 유물은 주대(周代) 말기~전국(戰國)시대 중기에 속하는 것이 3폭, 서한西漢 초기에 속하는 것이 6폭 있다. 주대 말기의 백화는 호남성 장사長沙의 전국시대 초묘(楚墓)에서 발견되었는데, 첫째 폭은 가장자리에 기이한 동식물이 그려지고 가운데에 알 수 없는 문자가 쓰여 있다.
둘째 폭은 〈용봉사녀백화龍鳳仕女帛畵〉로 외발달린 용(용)과 봉황이 여자를 인도하며 승천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셋째 폭은 〈남자어룡백화男子御龍帛畵〉로서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학(鶴)을 거느리고 용주(龍舟)를 타고서 승천하는 그림이다. 모두 무덤에서 출토된 이들 백화의 내용은 피장자가 천상(天上) 세계로 승천하고자 하는 희망을 표현한 것으로, 전국시대부터 유행하던 신선사상과 관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에 계속 발굴된 서한의 백화로는, 1972년 1월 호남성 장사의 마왕퇴馬王堆 1호 한묘漢墓, 1973년 11월 같은 지역의 3호 한묘에서 내관(內棺)을 덮은 채색백화 5폭이 발굴되었는데 그 형태가 T자형으로, ‘비의(非衣)’라 이름 붙여졌다. 마왕퇴 한묘에서 발견된 백화 중에 2폭은 화면이 상단, 중단, 하단의 세부분으로 나뉘어, 각각 천상세계와 지상세계, 지하세계(黃泉)를 표현하였다. 이 백화들은 장사를 지내기 전에 영당(靈堂)에 펴놓았다가 발인할 때 행렬을 선도하고 매장하면서 관 위에 덮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76년 5월에는 산동성山東省 임기臨沂 금작산金雀山 9호 한묘에서 백화 1폭이 발견되었는데 출토된 장방형의 깃발(旌幡)은 내용이 위 두 그림과 같지만, ‘인간’을 표현하는 데 비중이 더 커졌다. 당시엔 후장(厚葬)의 풍속이 매우 성행하여서 이 그림들도 수장품(隨葬品)이 되었던 것이다. 내용은 고대의 신화, 전설이고, 인물의 조형은 풍속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사실적인 것과 장식적인 것이 교묘히 결합되었는데, 선의 묘사가 간결하면서도 정돈되었고 색채는 현란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후에 북위北魏의 사마금룡司馬金龍(쓰마 진룽)의 묘에서 나온 칠화(漆畵)와 고개지顧愷之(꾸 카이즈, 344~406)의 《여사잠도*女史箴圖》 두루마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하겠다.
백화는 당시의 사후세계관과 조상숭배사상, 후장 풍속 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2000여년 전의 중국화로서 훌륭한 인물묘사와 생동적이며 예리한 선, 밝은 색채 등 성숙한 기교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 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