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미술
에게 미술 Aegean Art(영)
그리스인이 이주해 오기 전인 기원전 약 3000~2000년에 에게해(海)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키클라데스 군도(群島, Cyclades) 및 소아시아 연안과 그리스 본토에서 번창했던 문명을 가리켜 에게 미술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서로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지면서도 분명하게 구별되는 세 문명 즉 전설적인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이름을 본떠 미노스 문명이라고 부르는 크레타 문명, 크레타 북쪽의 소군도 문명인 키클라데스 문명, 그리고 그리스 본토에서 발달된 헬라딕 문명이 있다. 그리스 본토의 테살리아에서는 기하학적 모양으로 장식한 용기(用器)를 특색으로 하는 하나의 문화가 존재한다. 이 문화는 유럽의 <대상장식도기(帶狀裝飾陶器)>와 결부되는 것으로서, 그 영향은 중부 그리스에까지 미치고 있다.
크레타의 신석기 시대 유품으로는 흑색 또는 적색을 덧칠해서 만들거나 장식 모양을 새겨 놓은 도자기만이 전해지고 있다. 키클라데스 군도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계속되었는데, 여기서는 모양을 새겨 넣은 용기가 중기 청동기 시대의 유품에서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중부 그리스에서는 이미 청동기 시대 초기에 흑화(黑畵)로 장식한 밝은 바탕의 도자기가 생겨났다.
에게 미술에 있어서 최고의 업적은 기원전 1600년경부터 1400년경에 걸쳐 크레타 섬을 중심으로 발달된 미술이랄 수 있다. 이 미술은 에게해 주변 전역으로 펼쳐졌다. 이 시대에 나타난 크레타의 항아리는 모양과 장식이 모두 변화 무쌍한 완숙한 기술과 소용돌이치는 역동적 장식 무늬로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크레타 섬의 필라이카스트로에서 발견된 <문어 문양 항아리>(크레타 헤라클리온 미술관)와 카마레스에서 발견된 <부리 모양의 항아리>이다. 이러한 도기에서 사용된 뛰어난 채색 기술은 실내장식과 벽화로 발전되었다.
크레타인의 독창적 상상력의 산물인 벽화는 대개 동물이나 새, 바다의 생물 등을 보여준 자연의 정경들인데, 율동적인 운동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크레타의 도기는 대체로 그리스 본토로부터 모방한 것들이다. 초기 미케네 시대의 항아리는 크레타의 방식과 흡사한 사실적(寫實的)인 장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식물모양은 적지만 파도 모양, 수중에서 일렁이는 해초의 모양, 어개류(魚介類) 등이 많다.
미케네 시대의 말기가 되면 이러한 사실미는 후퇴하고 배치와 구도에 중점을 둔 추상화 또는 도안화의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에게 미술의 훌륭한 작품 가운데의 하나는 금속공예품이다. 정교한 금, 은 상감법이 우수하며, 단검(短劍), 금제 술잔 등의 유품이 있다. 크레타의 건축은 궁전으로 대표된다. 이들 궁전이 붕괴(기원전 1400년경)되기에 앞서서 이미 크레타 미술이 그리스 본토에 전해짐으로써 거기에서 기원전 1200년경까지 ‘크레타-미케네 미술’로서 존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