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키
에마키 繪卷(일)
두루마리*로 된 일본의 이야기 그림. 에마키모노(繪卷物)라고도 하는데, 《회인과경繪因果經》등 중국의 불교회화에 그 유래를 두고 있으며 일본의 문학, 특히 소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였다. 가로로 긴 두루마리, 즉 마키모노(卷物) 형식이 이용되는데, 대개 이야기와 그에 관한 삽화가 같은 두루마리 면(面)에 나타난다. 가장 오래된 에마키는 735년에 그려졌다고 하나 현존하는 100여개의 에마키 조(組)는 대개 12세기부터 14세기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의 에마키로는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의 소설을 도해(圖解)한 《겐지모노가타리에마키源氏物語繪卷》가 있는데, 여기서 사용된 후키누키 야다이(吹拔屋臺;하늘에서 지붕을 뚫고 내려다 보는 듯한 투시법)나 히키메 가기하나(引目鉤鼻;찢어진 듯한 눈과 갈고리같은 코), 미묘하고 섬세한 필선과 상징적이고 서정적인 채색은 여성적이고 귀족적인 헤이안(平安) 시대의 에마키를 대표한다. 한편 승려 묘렌命蓮의 전설을 그리고 있는 《시기산엔기에마키信貴山緣起繪卷》는 보다 대중적이고 희화적이며 생기발랄한 표현기법에서 전자와 대조되는 양식을 보여주는데 양자는 이후 에마키 발전의 두 가지 방향을 예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모노가타리(物語)나 엔기(緣起)말고도 와카(和歌)나 불경(佛經), 고승(高僧)의 전기(傳記)나 역사기록 등이 에마키로 활발히 제작되어 당시대인들의 생생한 현실생활을 보여주고 있으나 14세기에 들어와서는 에마키를 그리는 어용화사(御用畵師)를 후원하였던 황실과 귀족계급이 정치경제적으로 몰락함에 따라 함께 급격히 쇠퇴하였다. 그러나 문학적 주제의 에마키는 이후 오토기 조시(御伽草子)라는 형태의 대중 미술을 낳았으며, 그 서정적 장식적 미감은 15세기 이후의 도사파*土佐派로 계승되고, 17세기의 린파*琳派 및 우키요에*(浮世繪)의 거장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일본화의 역사적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