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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

개념미술 槪念美術
Conceptual Art(영)

일반적인 뜻으로는 미술작품의 물질적 측면보다 관념성의 비물질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좁게는 기호나 문자 등의 비물질에 의한 표현양식을 말하지만, 넓게는 퍼포먼스*나 비디오 아트*같이 회화도 아니고 조각도 아닌 새로운 미술형태와 대지미술*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드로잉이나 사진*으로 볼 수밖에 없는 미술 형태를 포괄한다. 공식적으로는 1960년대 후반에 미국의 평론가 펠로John Fellow가 점차 지적인 사고 조작을 중요시한 나머지 어떤 극한에 도달한 상태의 현대미술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이처럼 개념미술은 대부분의 미술작품이 형식*(작품)과 내용*(개념)으로 성립되는 것에 비해, 일방적으로 개념을 중시하여 작품이 언어적인 의미내용과 제작이념에 완전히 종속되며 작가의 사고 자체가 전면에 등장하는 경향을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개념미술은 1960년대에 들어 더욱 상업화되어 가던 미술계와 특히 동시대 미술이었던 미니멀 아트*로 대표되는 전후 형식주의* 미술에 대한 반대를 기치로 대두하였다. 개념미술이라는 명칭 자체도 1960년대 초에 과격한 반예술*적 이벤트를 시도한 보이스Joseph Beuys(1921~1986), 백남준白南準 등의 플럭서스* 멤버들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개념미술가들은 그때까지의 미술이 좁은 범위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그 한계에서 탈피하기 위해 페미니즘*, 대중문화*, 기호학 등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미술작품과 닮은 구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냈다.
개념미술은 기본적으로 근대적 예술관을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두 경향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유럽에서, 후자는 미국에서 많이 보인다. 유럽에서는 제1차세계대전을 경험한 후 이성적 합리주의에 근거한 근대 미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다다*가 출현하였고, 이것이 제2차세계대전 후 재평가되면서 미술에 관념성을 도입한 뒤샹Marcel Duchamp(1887~1968) 등의 영향과 어울려 부정적 경향의 기초를 형성했다.
유럽에서 긍정과 부정의 배후에는 형이상학적 혹은 합리론적인 전통이 자리하고 있으며 초경험적인 존재에 관계하는 태도에 따라 그 입장이 결정된다. 특히 경험론의 전통에 근거한 실증주의적인 토양이 형성되어 있는 영국의 경우에는 롱Richard Long(1945~ ), 디베츠Jan Dibbets(1941~ ), 길버트와 조지Gilbert & George 등과 같이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경향과 논리 실증적인 언어로의 관심을 두는 미술과 언어*가 개념미술을 표방하였다. 이는 반논리실증주의자에 의해 유럽 근대미학이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학은 특히 칸트Kant적인 ‘미의 형식성’이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와 독자적으로 해석됨으로써 추상표현주의* 이후 차가운 추상에서부터 미니멀 아트에 이르는 일련의 순수한 형식주의*가 미국적인 개념미술의 토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