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판부식법
동판부식법 銅版腐蝕法 aquatint(영)
판화* 기법의 하나로 식각(蝕刻) 요판법의 일종.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동판 면에 아스팔트의 분말을 살포하고 이것을 약간 가열해서 입자를 부착시킨다. 그 위에 방식제로 그림을 그린 다음, 부식액을 작용시켜서 제판한다. 이 기법에 의한 인쇄 효과는 수채화*와 유사하며, 회색 및 흑색에 의한 농담 효과를 낸다. 한편 샌드비Paul Sandby(1725~1809)가 발명한 같은 양의 송진액과 알코올 용액을 혼합하여 동판에 뿌린 다음, 알코올이 증발한 후 송진의 미립자만 남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그물 형태의 송진 사이를 부식액이 침투하면 동판 면이 부식된다. 하얗게 남아 있는 부분에는 니스를 칠해 부식을 막는다. 그 위에 설탕용액과 니스를 사용하는 ‘설탕 동판부식법’도 있다. 부식액은 에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로 초산(硝酸)액이 쓰이는데, 약간 묽은 편이 좋다. 인쇄할 때의 명암의 톤*은 부식된 구멍의 깊이에 따르는데, 부식액의 농도나 부식시간, 송진이 만드는 얼기설기한 망의 조밀함 따위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동판부식법이 일반적으로 보급되게 된 것은 프랑스의 르 프랭스Jean Baptiste Le Prince(1733~1781)에 의해서였으며 그 후 18세기말에 이르러 기법적으로 거의 완성되었다. 영국에서는 18세기말부터 19세기초에 걸쳐 수채화, 소묘*의 복제* 수단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와 동판부식법은 석판화*에 밀려 쇠퇴하였으나 20세기에 다시 부활되어 파리 화파의 많은 거장들, 특히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 루오Georges Rouault(1871~1958), 마송André Masson(1896~1987) 등은 동판부식법을 잘 이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