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로니아 미술 Babylonian Art(영)
바빌로니아는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생한 최고(最古)의 문명으로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위치한 현재의 이라크 남부 지방을 가리킨다. 최초의 주민들은 수메르인들로 남아있는 유적들을 보면 예술적인 기량이 뛰어난 민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기원전 3천년 이전부터 문자를 발명하여 그들의 문화와 종교, 예술을 고대 서아시아 전역에 전파하였다.
바빌로니아에서는 예술가와 장인의 구별이 없었고 그들의 기술은 지혜의 여신인 에아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여겨졌으며 존경을 받는 존재였다. 기원전 3천년경 바빌로니아의 도기 제작은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나, 가장 훌륭한 도기는 바빌로니아가 아닌 인접 지역에서 발견된다. 그곳은 재료도 부족하고 문명도 뒤지는 등 여러 가지로 바빌로니아보다 미개한 지역이었지만, 아시리아의 아르파시야와 이란의 수사에서 출토된 도자기는 모양도 아름답고 채색 장식의 취향과 기술도 뛰어나다.
바빌로니아의 건축에는 진흙과 짚으로 만든 벽돌과 삼목이 주재료로 사용되었다. 궁전이나 신전의 외벽은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되었으나, 내구성이 없는 진흙 벽돌로만 되어 있어 오래가지 못했다. 때로는 구워낸 벽돌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내구성이 없는 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바빌론의 건축물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바빌론 건축의 특징적인 요소는 약간 튀어나온 버팀벽이 달린 정면과 계단을 쌓거나 삼각형 모양으로 된 수직의 수로이다. 또한 가장 독특한 건축물은 지구라트*라는 거대한 계단식 탑이다. 이것은 모든 주요 신전에 필수적인 것이었는데, 거대한 진흙 벽돌을 층층이 올라갈수록 점점 작아지게 쌓고 꼭대기에는 성전을 만들어 바깥 계단으로 가게 되어 있다.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기원전 2500년경에는 팔짱을 낀 자세의 자연스러운 환조 석회상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바빌로니아, 특히 아시리아 돌공예의 진정한 매체는 저부조이다. 벽화와 함께 발달된 부조는 채색이 되어 있으며 입체적 효과를 덧붙인 좀더 정교한 벽화의 변형이다. 한편 벽화는 고운 바탕의 흰색 석고벽에 검은 색으로 윤곽을 그린 다음 적색과 흑색으로 칠했으며 청색과 황색, 녹색을 제한적으로 사용하였다. 벽화는 전형적인 왕실 의식, 제사, 서임식, 사자 사냥 장면 등을 묘사한 것으로, 부조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습에 따라 머리와 다리는 옆모습, 몸통은 앞모습이며 눈은 보통 앞을 바라보고 있다.
바빌로니아 고유의 특징적인 조각은 매우 단단한 돌로 만든 작은 원통형 도장에 무늬를 조각한 미니어처*이다. 기원전 5000~3000년 사이에 거의 보편적으로 사용된 이 도장은 서아시아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발달 순서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뛰어난 작품들은 아카드 시대에 제작된 것들이다. 그 외에도 조개나 유리, 돌, 상아로 모양을 만들고 조각을 해서 큰 작품을 장식하거나 모자이크* 조각으로 사용했다. 동이 사용된 예는 유사 이전에도 많이 발견되었으나 많은 양을 사용하고 또 장식용으로 금속을 쓴 것은 바빌로니아인들이 최초였다. 그들은 금, 은, 동, 청동으로 작품을 제작했으며 청동 적조물로 신전이나 궁전 입구에 괴물상을 만들어 세우기도 하였다.
한편 수메르와 아카드 시대 이후의 바빌로니아 미술은 바빌로니아의 역사적 발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①기원전 2천년 전반에 해당하는 고(古)바빌로니아 시대에는 신전보다 궁전이나 주거 건축이 중시되면서 지무리 림의 대규모 궁전을 비롯해 라르사, 우르크 등에 많은 궁전이 만들어졌다. 미술은 수메르 미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사실적이고 강건한 셈 민족의 고유성을 반영하였다. 함무라비 법전비(碑)의 부조나 마리에서 출토된 아리발로스를 쥔 여신상 등이 유명하다. 특히 이 세대를 특징짓는 것은 테라코타*로 제작된 남성상과 신상, 동물상, 예배자상이다. 회화로는 왕권신수(王權神授), 공희(供犧) 장면 등이 그려진 마리 왕궁의 벽화가 대표적이다.
②제2세대에 해당하는 중(中)바빌로니아 시대(기원전 2천년 후반)의 유적으로는 지구라트가 있으나, 이 때는 바빌로니아에서 문화가 가장 쇠퇴한 시기였다. ③아시리아를 정복하고 시리아와 팔레스타인까지 지배했던 신(新)바빌로니아 시대(기원전 1천년 전반)에는 바벨탑이나 공중정원과 같은 뛰어난 기량의 건축물들이 제작되었으며 이것들은 아직까지도 고대 불가사의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