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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벽화 壁畵
wall painting, mural(영)

건축 구조물의 벽이나 천장을 장식하기 위해서 영구적으로 벽면에 부착되는 그림의 총칭. ‘벽’을 의미하는 라틴어 muralis에서 유래하였다. 주로 건축, 분묘와 관련되어 발전해왔고, 천장화나 기둥에 그려진 것도 포함시킨다. 구석기시대 후기의 동굴벽화가 발견되는 것처럼 회화*의 가장 오래된 형태이고, 거의 모든 시대와 지역에 걸쳐 널리 분포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그리스의 에게 미술* 등에서도 나타나며 특히 중세 기독교 벽화*가 로마*나 비잔틴* 등지에 많이 남아 있다. 고딕 시기에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제단화*가 등장해 한때 쇠퇴하기도 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중세 이래 계속 벽화가 그려졌고 르네상스* 시대에 융성했다. 한편 동양에서는 인도의 아잔타,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중앙아시아의 제 유적, 돈황*, 중국의 화상석*과 화상전에도 벽화의 예가 있고 우리나라의 쌍영총도 벽화 고분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벽화는 공허한 벽면을 장식할 뿐만 아니라, 건축의 제 부분을 시각적으로 분절하고 서로 대조시키는 효과를 낸다. 기법상으로는 프레스코*, 템페라*, 납화법*, 모자이크* 등이 있으며 구조물의 성격에 따라 종교적 벽화와 기념적 벽화, 예술적인 벽화로 구분할 수 있다. 제작 방법은 프레스코화처럼 직접적으로 벽면에 그려지거나 작품의 관리 문제 등으로 인해 따로 그려 벽에 붙일 수도 있다. 한편 미적 견지에서는 벽면의 평면성을 강조 혹은 유지하는 경우와 착시 현상을 이용해 공간감을 자아내는 경우로 구분된다.

벽화주의

벽화주의 壁畵主義 Muralism(영)

1920년경 멕시코에서 일어난 운동으로 멕시코 뿐만 아니라, 당시 북미 대륙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미 1910년경부터 멕시코에서는 무릴로Gerardo Murillo와 시케이로스David Alfredo Siqueiros(1896~1974)를 중심으로 사회의 하부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대중을 위한 미술을 수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들의 보편적인 궁극성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의 원주민과 그 후손들의 에너지로 지탱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처럼 미대륙 본래의 문화를 재평가하는 토착주의Indigenisme는 1920년대에 시작되어 195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벽화주의 운동은 이러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멕시코 혁명이 제도화되는 동안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 1922년 시작된 벽화주의는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바스콘첼로스Jose Vasconcelos에 의해 주도되었고 1920년대와 1940년대 사이에 발전하였다.
시케이로스 외에 리베라Diego Rivera(1886~1957), 오로츠코Jose Clemente Orozco(1853~1949) 같은 작가들이 이 운동에 참가하여 멕시코와 파달라야라 등지에서 대형 벽화*작품들을 제작하였다. 후에는 타마요Rufino Tamayo(1899~1991)와 과테말라 출신인 메리다Carlos Mérida(1891~1984)가 동참한 벽화주의는 이탈리아의 매너리즘*, 독일 표현주의*, 미래주의*, 입체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주로 선전적이고 투쟁적인 내용들을 추구하였다.
특히 1930년경부터 멕시코 벽화주의는 미국에서 활동한 작가들에 의해서 국제적인 위상을 획득했다. 리베라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디트로이트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벽화 주문제작을 받았으며, 시케이로스가 1935년 뉴욕에서 개최한 벽화 그림을 위한 아틀리에*에는 젊은 시절의 폴록Jackson Pollock(1912~1956)이 다녔다. 멕시코 벽화주의는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등지로 확대되어 가며 본토 미대륙인들의 정체성 추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