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미술
복수 미술 複數美術 multiples(영)
대량생산을 위해 고안된 미술작품으로서, 예술의 독창성과 위대한 예술가의 가치 기준이자 미술의 오랜 관습인 오리지널리티에 도전한다. 복수미술품의 역사는 오래되었는데, 르네상스* 이후 판화*와 조각*은 작업실이나 공방*에서 그 수를 제한하여 한정판으로 복제되었으며 원작과 다를 바 없는 구매력을 갖고 있었다. 1950년대 중반에 등장한 용어인 멀티플은 다수로 제작되지만 그 수를 한정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복제와는 달리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유하는 혁신적인 개념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입하고 향유할 수 있다.
1955년 아감Yaacov Agam(1928~ )과 팅겔리Jean Tinguely(1925~1991)는 파리의 미술상인 르네Denise René에게 작품을 복수로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로부터 4년 후에 스포에리Daniel Spoerri(1930~ )는 파리에 에디시옹 M.A.T.(Editions Multiplication Arts Transformable)를 설립하고 칼더Alexander Calder(1898~1976), 뒤샹Marcel Duchamp(1887~1968), 만 레이Man Ray(1890~1977), 팅겔리, 바자렐리Victor Vasarely(1908~ ) 같은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100부 한정판으로 제작하여 판매하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복수미술은 196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번졌다. 특히 키네틱 아트*는 기계에 의해 제작된 대량생산품을 원작으로 보급하였는데, 바자렐리는 1955년에 복수미술의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시사한 바 있다. “우리는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대신, 작품의 존재를 양적으로 확산시킬 것을 권한다.” 공업적으로 대량생산된 복수미술 작품들은 예술을 소비품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의도를 기반으로 대중 속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