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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브노브이 발레트

부브노브이 발레트 Bubnovyi Valet(러)

1910년 가을 모스크바에서 결성된 화가 단체로 20세기초 미술계파*에 이어 러시아 화단에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미술계파가 프랑스의 인상주의*를 이입하면서 장식적 양식화와 역사적 주제를 선호한데 반하여, 부브노브이 발레트는 세잔느Paul Cézanne(1839~1906)나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 고갱Paul Gauguin(1848~1903) 등 후기인상주의*와 야수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에 경도되었다.
이 그룹에 속한 대표적 작가로는 콘차로프스키Peter Petrovich Konchalovski(1876~1956), 마시코프Ilya Masikov(1881~1944), 그라바리Igori Grabari 등 비교적 사실적 성향을 지닌 자들과 곤차로바Natalia Goncharova(1881~1962), 라리오노프Mikhail Larionov(1881~1964) 등 서유럽 모더니즘*의 지지자들이 있다. 1910년 1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첫 전시회는 대담하고 격렬한 화풍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20세기초 러시아 현대회화의 진정한 출발을 알렸다.
이후 라리오노프와 곤차로바 부부가 탈퇴한 부브노브이 발레트는 조직을 재구성하고 명칭도 ‘회화전람회’라고 바꿔 1912년 1월 두번째 전시를 열었다.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1880~1938), 펙슈타인Max Pechstein(1881~1955),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 레제Fernand Léger(1881~1955), 르 포코니에Henri Le Fauconnier(1881~1946) 등 서구 작가들이 선을 보인 이 전시회를 계기로 러시아에서는 입체주의를 주제로 삼은 공개 토론이 활발히 벌어졌다.
이외에도 말레비치Kasimir Malevich(1878~1935)의 절대주의* 회화를 전시하는 장을 마련하였으며, 말레비치는 부브노브이 발레트에서의 전시에 맞춰 《미래주의와 입체주의로부터 절대주의로》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에 영향을 받아 1917년의 마지막 전시회에서는 절대주의와 비객관적 추상미술*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엑스터Aleksandra Exter(1882~1949)는 절대주의 풍으로 장식을 한 극장을 기획하고, 여기에서 ‘살로메Salome’를 상연하여 추상미술*에 대한 대중의 찬사를 자아냈다. 그러나 볼셰비키 혁명 이후 추상미술이 공식적으로 비판을 받게 되자, 그룹의 작업은 진부하고 보수적인 문화 복구에 이용되었고 후에는 ‘러시아혁명미술동맹(AKHRR)’ 결성과 더불어 해산되었다. 이렇게 부브노브이 발레트는 혁명 후까지 존속하여 초기 러시아 근대회화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다수의 작가를 배출하였다.
장식적인 야수주의와 입체주의를 혼합한 이미지를 공식적인 당의 역사 편찬 작업에 도입하는 이들의 작업은 이후 1980년대 말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