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
숭고 崇高 the sublime(영) Das Erhabene(독)
미학*상의 용어. 미적 범주*의 하나. 보통 좁은 의미의 ‘미*’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대상이 인간을 압도하는 크기 또는 힘을 갖는 경우, 소위 미적 형식은 상실되며 처음에는 그 형식과 내용의 길항(拮抗)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지만 곧 그런 느낌이 사라지면 유한한 감성을 매개로 무한한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생명 감정이 자극되고 역감(力感)이 앙양되어 대상에 대한 경외, 정서적인 경악이나 황홀경, 즉 넓은 의미로의 ‘미’의 감정을 낳게 된다. 전형적인 것으로서는 해돋이나 바다와 같은 숭고한 자연(칸트Immanuel Kant), 비극적인 행위의 도덕적 신념(쉴러Friedrich von Schiller) 또는 초기의 인도적, 모하메드적, 유태, 기독교적 시와 신비주의 속에서의 신의 임재(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가 언급될 수 있다. 후기 고대의 논문 《숭고에 관하여Vom Erhabene》(수도-롱기누스Pseudo-Longinos) 이래로 숭고의 개념은 미학의 확고한 구성성분이 되었으며, 18세기와 19세기에 들어서 체계적으로 완성되었다.
한편으로 충격적이고 감동적인 숭고는 감미로운 미와 반명제적으로 대립되고(칸트), 다른 한편으로 미와의 차이는 양자의 더 깊은 동일성에 의해 무시된다(셸링Friedrich W.J.Schelling). 헤겔학파는 숭고를 희극적인 것이나 추한 것이라는 미적 범주와의 연관성 속에서 아직도 불완전한, 변증법적으로 지양하는 미 자체의 변양으로 파악한다. 이 개념의 체계화는 숭고한 것의 상이한 형식들의 차별화를 함께 포괄한다. 칸트는 크기의 ‘수학적 숭고’와 그것이 파괴적으로 작용할 때에 두려운 것으로 보이는 힘의 ‘역동적 숭고’를 구분한다. 한편 쉴러는 인간의 표상 충동과 자기 보존 충동으로부터 ‘이론적 숭고’와 ‘실천적 숭고’를 구분한다. 피셔Friedrich Theodor Vischer는 보다 포괄적으로 ‘감각적 숭고(자연)’ ‘오성적 숭고(신념, 의지)’, 비극적 갈등의 ‘이성적 숭고(역사)’의 단계로 발전시킨다. 심리학적 미학에서 숭고한 것은 ‘감정이입(립스Theodor Lipps, 폴켈트Johannes Volkelt)’으로서, 즉 미적 지각의 대상에 대한 숭고한 감정의 분출로서 해석한다. 따라서 숭고한 것의 경험에 대한 주체의 강조가 정당하게 보일수록 모든 사회적, 역사적 매개로부터 주체의 격리는 문제시된다.
마르크스 레닌주의적 미학은 이 개념을 모든 선험적 조건의 포기 아래에서 물질화하여 인간의 사회적 실천과 연관해서 규정한다. 특히 인간의 업적은 더 나은 인간적인 미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숭고한 것으로 간주된다. 20세기에 들어 학문적, 기술적 혁명과 종교와 형이상학의 죽음은 숭고한 것에 대한 점차적인 무관심을 초래했다. 그와 달리 이 개념은 현재의 지구적 문제와 연관하여, 그리고 평화 운동이나 생태 운동과 연관하여 위험이나 공포 또는 자연파괴의 숭고로서, 예기치 않은 현실성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