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
이기 彛器 yi-gi(중)
중국 고대의 청동 제기(祭器)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 흔히 종묘(宗廟)에 바쳐지는 그릇이란 의미로 쓰인다. 실제 명문*에도 ‘보존이’라고 되어 있으며 기형을 구별하지 않고 청동기를 부를 때 ‘이(彛)’라고 한다. 원래 선조의 영혼을 강림시키기 위한 그릇으로서 그 자체가 높이 받들어졌지만, 곧 제기라는 의미가 커졌으며 제사를 중시한 왕조에 있어서는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형태는 은殷나라 때 이미 완성되었다.
오늘날 알려진 중국 고대 청동기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있는데, 주기(酒器), 식기(食器), 수기(水器) 등으로 나뉜다. 음식을 삶는 그릇으로는 발이 셋 달린 정(鼎), 력(鬲), 언(甗) 등이 있는데, 삼족기는 용산문화*의 토기*에서 기원한 형태로 해로운 것을 예방하며 불이 없이도 음식을 익힐 수 있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에는 불에 올려놓았다 내렸다 할 수 있도록 커다란 손잡이가 달려 있다. 정(鼎)은 제사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기물로 곧 왕권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언(甗)은 시루와 역을 합해 놓은 형태로 찜통과 같은 그릇이다.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는 손잡이가 두 개 붙은 궤(簋)와 대야 모양의 우(盂)가 있다.
주로 술을 담는 그릇으로는 뚜껑이 있는 항아리나 병 모양의 호(壺)가 있고 쇠사슬 형태의 흔들리는 손잡이와 때로는 주둥이가 있는 유(卣)가 있다. 아랫부분은 컵 모양의 둥근 형태에 윗부분은 나팔같이 밖으로 향한 치(觶), 약탕관 모양의 화(盉), 트럼펫 모양을 한 기다란 고(觚), 이를 확대한 형태의 준(尊)이 있다. 고와 준은 토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가(斝)도 술을 데우는 비교적 큰 그릇으로 입 가장자리에 두 개의 삿갓 모양의 작은 기둥이 솟아 있고 측면에 하나의 손잡이가 있으며 셋 또는 넷의 다리가 붙은 형태이다. 은殷, 서주西周시대에 성행한 이 그릇은 하대(夏代)에는 잔(醆), 은대(殷代)에는 가(斝), 주대(周代)에는 작(爵)으로 불렸다. 작(爵)은 주구가 넓고 오른쪽에 손잡이가 붙고 다리가 셋 달린 술잔이다. 그리고 배 모양으로 된 국그릇 같은 굉(觥)은 술을 혼합하는 데 쓰였고 평소에는 뚜껑이 있고 국자를 넣게 되어 있다. 이 밖에 물을 따르는데 쓰는 이(匜)와 손 씻을 물을 담는 반(盤), 감(鑑), 세(洗) 등은 아마 목욕재계시에 사용했던 그릇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