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발 題跋
서적이나 비첩(碑帖), 서화 등에 쓰이는 제사(題辭)와 발문(跋文). 서화권(書畵卷)이나 첩책(帖冊)에 그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기록을 적은 것이다. 본래는 앞에 쓰이는 것을 제(題) 또는 제사라고 하고 뒤에 쓰는 것을 발(跋) 또는 발문이라고 하지만 흔히 제발이라 통칭되는 경우가 많다. 당 오대(唐五代)에 소수의 예가 있지만 당시에는 정착되지 못했던 듯 하다. 송대(宋代)에 이르면 감상법의 발달에 따라서 제발을 적는 일이 많아지며, 그것이 정돈된 저술로서 전해졌다.
구양수歐陽修(어우 이앙서우)의 《집고록발미集古錄跋尾》, 소식蘇軾(쑤 스, 1036~1101)의 《동파제발東坡題跋》, 황정견黃庭堅(후앙 띵지엔, 1045~1105)의 《산곡제발山谷題跋》 등이 바로 그것이다. 즉 송대에 이르러 그림의 화면 위에 시(詩)와 글씨를 적어 넣음으로써 회화와 문학, 서예가 하나로 결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제발은 그림의 미적 가치나 내용을 보충하며, 화가의 사상이나 감정 및 예술관을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회화작품의 내재미를 높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