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행도
출행도 出行圖
동양 풍속화*의 한 화제(畵題). 군왕(君王)이나 귀족들의 장엄하고 눈부신 행렬 광경을 그린 것이다. 순행(巡幸) 수렵 선유(船遊) 참배 등을 위해 수레나 가마를 타고 행차하는 대열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대(漢代)의 화상석*과 요양遼陽 한묘漢墓 벽화*의 <출행도>, 당대(唐代)의 장회태자묘章懷太子墓 벽화* 등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있다.
이중 특히 요양의 한묘벽화에 그려진 <출행도>는 급히 달리는 말의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듯하고, 자세와 동세(動勢)를 나타내는 윤곽선에 의해 생동감있는 인물형상이 표현되고 있어, 고대회화가 고졸하고 간략한 단계를 벗어나 정밀하게 묘사되는 단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출행도는 계속 그려져 원대(元代)의 화가 유관도劉貫道(리우 꾸완따오)가 그린 <원세조출렵도元世祖出獵圖>(대북臺北 고궁박물원) 등과 같은 작품들이 남아있다. 청대(淸代)에 오면 강희제康熙帝(재위 1662~1722)가 당시 강남지방의 반청운동(反淸運動)을 무마시키기 위하여 여섯 차례의 남순(南巡)을 행하였던 과정을 기록한 <강희남순도권康熙南巡圖卷>과 같은 대작이 그려지기도 하였다.
한국의 경우에는 고구려 고분에 출행도가 보이고 있다. 357년에 축조된 안악 3호분의 주실 회랑(主室廻廊)에 그려진 <대행렬도大行列圖>는 출행도의 일종이다. 우차(牛車)를 탄 묘주인과 호위하는 인물이 250여명이나 되는 인물구성이 장대한데, 길이가 10m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 벽화는 소재나 그 표현방법에 있어 중국의 한과 요양 고분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유사한 작품으로 408년에 만들어진 덕흥리德興里 고분에 그려진 <행렬도>가 있다. 조선 후기에 들어와 왕이나 왕세자들의 행차를 그린 그림들도 많이 제작되었는데, 이것도 넓은 의미의 출행도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