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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취미 趣味 Geschmack(독) taste(영)

미적 대상*을 감상*하고 평가하고 비판하는 능력. 이 능력은 인간의 감정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주관적이다. 따라서 취미에 법칙을 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시대성과 인간성으로부터 현저히 떨어진 취미는, 쓸데없이 표면적이고 완고한 자기 자랑이 되기 쉽다. 통속적으로는 개인 생활에서의 여기(餘技)나 오락 등을 뜻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원래 독일어의 ‘Geschmack’나 영어의 ‘taste’는 미각을 뜻했지만, 이것이 바뀌어 넓게는 일반에 대한 판정 능력, 좁게는 미의 판정능력의 의미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취미는 가지가지Chacun a son goût’ 라든가 ‘취미에 대해서는 논쟁할 수 없다’는 말로 일컬어지듯 미적인 의미에서의 취미 내지는 그 판단에도 큰 차이가 있음은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차이로 보는가, 혹은 본래 일치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에 따라 취미 문제의 처리 방법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철학적 미학에서는 취미 대상에 보편타당성의 근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며 칸트Immanuel Kant는 이를 근본적인 문제로 삼고 있다. 모든 인간의 근원적 동일성이라는 계몽주의적 도그마의 영향 아래 칸트는 미의 반성적 취미에 관해서 ‘공통감Gemeinsinn’의 전제하에 그 주관적 보편타당성을 정립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보편성은 취미 능력에 있어서 형식적-기능적 요소와 질료적-내용적 요소 가운데 전자에 대해서만 타당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취미는 선천적 소질에 의해 규정되는 면과 경험을 쌓은 결과 달성되는 면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취미는 어느 정도까지 육성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가령 페히너G.T. Fechner는 이에 대해서 타인의 감화, 자기의 고안, 습관, 연습, 연상이라는 다섯가지 범주를 들고 있다. 요컨대 취미는 개인의 생애를 통해서 변화하고 또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시대, 민족, 지역 등의 차이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러나 또한 일정한 시대, 민족에 있어서는 그 전체에 공통되는 취미가 일종의 ‘객관적 정신’으로 지배하고(예를 들면, 로코코 취미, 중국 취미 등), 한 개인에 있어서도 그 정신 발전을 통해 취미의 어떤 지속적 특징이 인정된다.
이렇게 취미는 타인에 대한 특수성과 자신에 대한 보편성을 함께 가진다는 점에서 유형으로서의 통일을 이루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 주관적 통일이 예술 작품에서 객관화된 것이 바로 양식*이며, 이들 양 개념은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대응한다. 옛 미학이 18세기의 영국을 비롯하여 취미를 중심 개념으로 삼았던데 반해 근래의 미학, 특히 예술학*은 오히려 양식을 주요 문제 영역으로 하지만 취미는 여전히 미학의 기본 개념이며 현대에 있어서도 특히 하이만은 이 개념의 전개를 상세하게 연구하고 있다. 또 양식이라는 말이 좁게는 ‘좋은 양식’의 의미로 쓰이듯이 취미라는 말도 ‘좋은 취미, 올바르고 세련된 취미’의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취미가 풍부하다라든가 취미가 없다든가 하는 말들은 이 좁은 의미의 취미의 유무(有無)를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 개념으로서의 취미는 상술한 유형개념으로서의 취미와 구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