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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구축

탈구축 脫構築 deconstruction(영)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의 입장 일반을 표명하는 용어로, 탈구조나 해체로도 번역된다. 그 사유방식은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해체주의적 작업, 푸코Michel Foucault와 라캉Jacques Lacan,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바르트Roland Barthes의 후기 입장 등에서 찾을 수 있으며, 대체로 구조주의에서 후기 구조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은 1968년의 5월 혁명이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은 특수한 정치적 패배와 환멸의 형태와 무관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후기 구조주의는 언어가 고전적 구조주의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불안정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미술 비평*의 경우, 이 용어가 실제적으로 적용된 시기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이며 미국의 비평권 내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흡수되어 나타났다. 일단 그것은 탈모더니즘의 입장을 표방하면서 인식론적 측면에서는 모더니즘*의 인식구조와 그 한계를 드러낸다.
이에 따라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1909~1994)와 프리드Michael Fried의 모더니즘 입장 일반은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단선적인 진보의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목적론적이며 역사주의적인 인식론의 형태로 이해된다. 또 그들이 주장하는 회화에서의 평면성 획득도 이 같은 역사주의적 인식 과정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후기 구조주의는 모더니즘의 가치 체계 및 규범이 진리, 본질, 독창성, 순수성 등의 절대개념에 상반되고 대립되는 요소들을 제거해 왔던 사실에 주목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복합성의 차원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처럼 복합성의 차원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탈구축의 방법론을 많은 부분 조각*에 적용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의 경우처럼 매체*의 다양성이라는 조건으로 표출된다. 그것은 모더니즘의 매체의 순수성과 인식 구조의 단면성에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그 구체적인 양상은 미니멀 아트* 이후 조각 분야에서의 키네틱 아트* 혹은 사진*, 비디오 아트* 등에서 나타나는 비조각적인 요소(움직임, 기계 등의 매체)의 사용에서부터 건축과 풍경이 조각의 구성 요소가 됨으로써 모더니즘 이전에 있어왔던 인식 구조상의 미분화된 상태를 극복, 복합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지미술*까지를 포괄한다.
회화에서의 해체적 충동을 설명하기 위해 오웬스Craig Owens는 텍스트성이나 알레고리* 개념을 사용한다. 그것은 정반대의 의미들이 복잡하게 대립되어 있는 상태이거나 완결된 형태가 아닌 끝없이 진행된다는 의미의 불확정의 상태, 혹은 해독불가능성의 의미로 나타나며, 양식상으로는 불화와 단절을 초래하는 요소들의 병렬, 축절, 차용 등으로 변별된다. 이에 상응하는 작품으로는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컴바인 페인팅*과 롱고Robert Longo의 영화 스틸을 차용한 그림 등이 있다.
또한 기호의 복합체로 이루어진 문화나 신화를 해체하는 입장에서 이외의 많은 재현 회화를 통해 그림의 층위를 드러낸다는 탈신비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한편 셔먼Cindy Sherman류의 작품을 통해서는 이원적 대립 관계의 제1원리에 따른 남성위주 사회에서 드러나는 남성의 대립물로서의, 혹은 타자로서의 여성에 관한 인식을 유도한다. 탈구축, 혹은 해체 전략이 어떤 특정한 사유체계와 정치구조, 사회제도의 전체계가 힘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논리를 규명하려는 시도인 한에서는 궁극적으로 ‘정치적인’ 실천이다.
또한 후기 구조주의가 당대의 정통 좌익 정치가 실패했음을 비난함에 있어서는 정당했던 것만큼 그것은 부분적인 진실을 갖는다. 그러나 실제로 탈구축의 전략은 비역사적이고 정치적으로는 회피적인 무정부주의나 쾌락주의적 성향을 불가피하게 드러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술 비평의 경우도 구체적인 현실 접근이나 적극적이며 총체적인 인식을 결여한 채 단지 형식상의 확장만을 나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탈구축의 본래의 성과를 살리기 위한 한 방편으로 미술 비평에서의 탈구축의 적용 범위와 가능성도 충분히 타진돼야 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갖고 있는 인식론적 한계가 어디에 있으며, 또 현재의 문화 양상을 반영함에 있어 왜 전망의 제시가 불가능한지를 검증하는 일이다. 특별히 탈구축의 부분적인 수정으로는 사이드Edward W. Side의 비평이론이 있고 전면적인 비판적 해석으로 제임슨Fredric Jameson과 이글턴Derry Eagleton의 비평이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