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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중구학

흉중구학 胸中丘壑

‘마음 속에 언덕과 골짜기의 심상(心象)이 있다’는 동양회화 용어. 여기서 구학, 즉 언덕과 골짜기는 속세를 떠난 이상향이라는 의미이다. 산수를 심상으로 구상하고 파악함으로써 참다운 산수화*를 그려낼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곽희郭熙(구어 시)는 《임천고치*》에서 “임천(林泉)을 동경하는 마음이나 연하(烟霞)와 벗삼으려는 생각은 꿈 속에서나 있을 뿐이요, 생생한 현실에서는 단절되어 있다. 이제 묘수를 얻어서 생생하게 이를 표현하면 집과 뜰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임천과 골짜기를 오르내릴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그림 속의 산수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의 본의라 하겠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반드시 자연을 접하면서 의(意)를 널리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제기하였다. 즉 마음껏 즐기고 본 산수는 모두 ‘흉중에 역력히 늘어서게 될’ 뿐만 아니라, ‘산수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과 마음속에 저절로 떠올라서 그림으로 그려지게 된 경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산수화라는 것이다. 곽희가 살았던 송대(宋代)에는 자연의 형상을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는 자기의 예술관에 입각해 자연을 미화시키는 이상화를 중요시했다.
산수화 제작시 사의성(寫意性)의 기초인 ‘흉중구학’을 통해 산수의 이상적 경지를 추구하였다. 실제 자연을 체험함으로써 경험하고 터득한 산수자연을 소재로 한 후 그림의 의취를 살려 표현해야 한다는 이론은 산수화를 사의*적 개념과 형사*적 개념으로 조화시켜 이상화시키는 데 공헌한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곽희를 필두로 하여 명대(明代)의 동기창董其昌(똥 치츠앙, 1555~1636)의 산수화론 등에 계승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