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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화랑 畵廊 gallery(영)

미술품을 진열,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 근대 미술사에서 화랑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못 커서 거대한 미술관* 시설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화가가 소위 파트롱*의 권위로부터 독립하면서 작품 발표의 장소로 개인의 화랑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쿠르베Gustave Courbet(1819~1877)가 개인전을 연 이래, 살롱 출품 이외에도 화랑에서 개인전이나 그룹전을 여는 기회가 급격히 늘어났다. 따라서 인상주의* 이후의 근대 미술사는 화랑을 주요 무대로 하여 전개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이를테면 인상파 화가들의 활동은 뒤랑-뤼엘 화랑과 깊은 관계가 있고, 입체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칸바일러 화랑(현 루이즈 레일리스 화랑)에서 일반인에게 전시되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도 1945년에 포트리에Jean Fautrier(1898~1964)의 ‘인질(人質)’전과 뒤뷔페Jean Dubuffet의 ‘오트 파트*’전을 개최하여 전후 회화사에 이름을 남긴 파리의 르네 드루엥 화랑이나 추상 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차례로 공개한 페기 구겐하임의 ‘금세기 미술’화랑 등을 비롯, 많은 화랑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도 이런 류의 창조적 의욕에 가득찬 화랑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구입자와 화가 사이의 중개적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