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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시대정신 時代精神
Zeitgeist(독)

문자 그대로 어떤 특정 시대를 풍미한 감정 상태와 사고 경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번역하지 않고 원어인 독일어 ‘자이트가이스트’로 통용된다. 미술 용어에서 시대정신은 어떤 시대나 특정 시기에 전반적으로 보이는 고유한 속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1890년대 세기말 미술의 멜랑콜리한 경향이나 1960년대의 낙관주의 정신,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전통과 역사를 수용하는 태도 등을 말할 수 있다. 한편 독일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의 주요 국제전시회로 <자이트가이스트>가 있다. 1982년의 초대전에서는 현재 바우하우스*의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그로피우스Martin Gropius가 설계한 건물에서 45명의 작가들이 큐레이팅되었다. 여기에는 보이스Joseph Beuys(1921~1986)와 톰블리Cy Twombly(1929~ ), 워홀Andy Warhol(1928~1987),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등이 포함되었다. 세계 각국의 미술가들이 참여하는 <자이트가이스트> 전시회에서는 다른 시각매체보다도 특히 회화 양식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또한 대부분 베를린에서 작업하는 신세대 독일 작가에 관심을 둠으로써 국제 무대에서 독일미술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는데 공헌하였다.

시르 페르뒤

시르 페르뒤 cire perdue(프)

‘없어진 밀랍’이라는 뜻으로, 주조(鑄造)의 한 기법. 점토에 밀랍으로 살을 붙여 원형(납형)을 만들고, 여기에 고운 모래를 밀착시킨다. 밀착된 모래로 만들어진 주조 피통(被筒)을 가열하면 밀랍이 녹아 내리게 되고 그로 인해 생겨난 틈에 청동을 부어 넣은 다음, 속의 점토를 긁어내면 주상(鑄像)이 된다. 시르 페르뒤는 원시 시대부터 사용된 보편적인 방법이다.

시리즈 미술

시리즈 미술 serial art(영)

미국에서 1968년에 열린 두 전시회, <시리즈 미술Art In Series>과 <연속적 이미지Serial Imagery>와 관련되어 나온 용어. 반복되는 성격이나 조를 이루고 있으며, 구조적 연속성을 지니는 원리에 따라 표현된 미술을 말한다. 이와 비교하여 ‘연속적 이미지’는 회화*나 조각*에 있어서 약간 변화된 정도의 같은 이미지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말하나 완전히 구분되어 쓰이지는 않는다. 전통적으로 미술에서는 완전하게 이루어진 단 하나의 독창적인 작품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였으나, 1880년 모네Claude Monet(1840~1926)가 <건초더미> 연작을 발표하고, 머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1830~1904)가 동물과 인간의 움직임을 연속사진으로 출판한 이래, 연작이 일반화되면서 예술작품에 대한 위와 같은 관념이 점차 무너지게 되었다.
그러나 일정한 주제를 반복하여 시간에 따라 단순히 연작으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성 자체가 중요한 속성이 됨으로써 보다 협의의 시리즈 미술이 된 것은 1950~1960년대의 미술을 통해서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술작품의 독창성과 고유성의 신화에 대한 반성과 동시에 현대문명의 상징인 대량생산에 대한 미술가들의 반응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워홀Andy Warhol(1928~1987)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취급하여 실크스크린*을 통해 코카콜라 상표나 캠벨수프 깡통 같은 하나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기계적으로 찍었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동일하게 보이면서도 프린팅 과정에서의 실수나 가해진 붓질을 통해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한편 미니멀 아트*의 작가들은 최소의 조형수단으로서 하나의 단위를 반복하여 전체를 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공업생산물의 제작방식으로 만들어진 기본 단위가 미적 가치에 따라 배치되는 대신,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놓여짐으로써 재료의 물질성이 강조되고 대상성*(objecthood)이 극대화되었다. 이들은 작가의 내적 표현이 극에 달한 미술에 대한 비판과 그 대안으로서 작품을 하나의 사물로 제시한 것이며, 기본 구조의 반복은 그 대표적인 방식이었다. 시리즈 미술에서 시리즈 작업은 그 자체로 작품의 본질이 되며, 반복되는 형상은 하나의 도상으로서 일종의 기호적 성격을 획득한다.

시메트리

시메트리 symmetry(영)

→ 대칭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simulation(영)

원래 위조품 혹은 모제품(replica)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현실의 현상을 컴퓨터 등의 기계장치에 의해 모방적으로 재현하는 실험을 말하며 흔히 ‘모의’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최근의 미술 평론*에서 시뮬레이션은 사실상 시뮬라크럼(simulacrum, 복수형은 simulacra)과 동의어로 간주되고 있다. 위조품을 모사하거나 뉴스 거리가 될만한 사건을 그대로 재연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시뮬레이션은 1970년대 말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프랑스의 사상가인 보들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이 용어에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결되어 미술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즉 오리지널*이 없는 복제*를 만드는 작업을 시뮬레이션으로, 그 복제를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지칭하게 된 것이다.
보들리야르는 더 이상 실재(reality)와 그것을 묘사한 이미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예전에는 이미지로서 묘사되었던 실재를 이제는 이미지가 대체해 버렸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미지의 범람을 토대로 정보가 포화되고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는 리얼리티 자체가 소멸되는 하이퍼리얼리즘*의 시대이며, 이 세계는 모조품인 시뮬라크럼이 지배하는 추상적인 곳이라는 비관적인 세계관을 피력한 바 있다. 특히 그는 1983년 《아트 앤드 텍스트 Art & Text》 9월호에 개제한 논문인 《시뮬레이크라의 진행 The Precession of Simulacra》에서 “이제 더 이상 모방이나 복제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실재 자체를 실재의 기호로 대체하는 문제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정보와 이미지를 계속 재생하고 복제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TV, 팩시밀리, 유전공학까지 포함하는-에 대한 반응으로 보들리야르는 원본성(authenticity)의 개념이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오리지널인가? 그리고 공적인 사건들은 어디서 끝나며, 이 사건들을 재현하고 해석한 수많은 이미지의 흐름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이러한 보들리야르의 추론은 아방가르드*적 독창성(originality)에만 가치를 부여했던 근대 시대가 막을 내리려 하는 시점에서 독창성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심하였던 일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의 태도와 일치한다.
찰스워드Sarah Charlesworth, 헤일리 Peter Halley(1953~ ), 크루거Barbara Kruger, 셰리 레빈Sherrie Levine(1947~ ), 프린스Richard Prince 등과 같은 미술가와 이들에 대해 논평한 평론가들은 종종 보들리야르가 주장한 시뮬라크럼 개념을 언급하였다. 이 중에서 레빈을 비롯한 다수의 작가들이 미술사나 대중문화에 등장했던 기존의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오리지널리티를 비판하는 차용*(appropriation)의 방법론을 채택하였다. 특히 1980년대 중반에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는 ‘시뮬레이셔니즘(simulationism)’이라는 용어가 잠시 유행하기도 했다.

시바

시바 Śiva(범)

힌두교 삼신(三神)의 하나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파괴자이다. 시바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베다 시대의 루드라Rudra(울부짖는 자, 소용돌이에서 인격화된 파괴의 신)에서 비롯된 드라비다 계통의 신으로 생각된다. 시바의 파괴는 새로운 재창조를 의미하는 것으로서의 죽음이다. 창조 이전 단계에서의 시바는 우주의 축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으므로 링가*의 형태로 숭배된다.
시바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메루Meru산을 상징하는 카일라사Kailasa산에 거주하며 난디Nandi라는 황소를 타고 다닌다. 시바의 이마에는 초자연적인 힘과 정신성을 의미하는 제3의 눈이 있으며 머리에는 신성한 강이 흘러나오는 초생달 장식이 붙어 있다. 매우 금욕적이고 위대한 요기(yogi)이기도 한 시바는 삼지창(트리슐라trishula)과 뱀(나가*) 또는 사슴과 도끼를 쥐고 있기도 한다.
시바는 많은 신화의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예를 들면 마헤시바라Maheśvara(大自在天)는 우주적인 신을, 나타라자*는 춤의 제왕을, 요기슈바라Yogisvara는 고행자와 요가 수행자의 보호자를 의미한다. 또한 바이라바Bhairava는 브라흐마*의 다섯번째 머리를 잘라낸 신화에서 유래하며 아르다나리쉬바라Ardhanarisvara는 절반이 여성인 시바의 양성 형태를 가리킨다. 시바의 배우자로는 우마Uma, 파르바티*, 가우리Gauri, 두르가*, 칼리Kali 등이 있다. 비슈누*신과 시바신이 서로 결합된 상태를 하리하라Hari-Hara라고 한다.

시바-불타

시바-불타 Śiva -Buddha(범)

힌두교의 시바*신과 불교의 불타에 대한 숭배가 혼합된 것으로서, 13세기 이후 인도네시아의 동부 자바섬에서 행해졌다. 이것은 자바 불교가 힌두교로 변모된 것인데 시바신과 불타를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왕을 양 종교의 최고신의 화신으로 보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동부 자바섬의 싱가사리*Singhasari 왕조(1222~1292)와 마자파히트Majapahit 왕조(1293~14세기 말) 시대에 특히 유행했다.

시빌

시빌 Sibyls(영)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예언과 신탁을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열두명의 여자 예언자들로, 시빌의 예언서들은 5세기에 소실되었다. 중세 교회가 그리스, 로마 문화의 이교도를 동화시키고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한 방법으로 시빌을 채택하고, 이들에 성경에 나오는 유대인 예언자적 성격을 부여하여 예수의 탄생을 예언한 자들로 재해석하면서부터 미술에서도 의미있는 주제가 되었다. 피사노Giovanni Pisanno는 피스토리아(1301)와 피사(1302~1310)의 설교단에서, 미켈란젤로Michelangelo(1475~1564)는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화(1508~1512)에서 각각 6명과 5명의 시빌 초상을 그린 바 있는데, 여기에서 모든 시빌들은 구약성서의 예언자들과 함께 그려져 있고 두루마리*나 책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으나, 대체로 시빌들은 특정한 지물*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름과 지물은 다음과 같다. 아그리핀(채찍), 심메리언(십자가, 풍요의 뿔), 큐미언(그릇, 요람), 델픽(가시 면류관), 에리트라이언(백합), 유로피언(검), 헬레스폰틱(십자가, 못), 리비언(불켜진 초, 등불), 페르시언(등잔, 발 밑에 뱀이나 용), 프리지언(십자가, 부활의 깃발), 새미언(장미, 요람), 티부르틴(비둘기, 잘린 손).

시스테믹 페인팅

시스테믹 페인팅 systemic painting(영)

→ 체계적 회화

시왕

시왕 十王

시왕은 죽은 자의 영혼이 도달하는 명계(冥界, 황천)를 다스리고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열명의 왕. 진광왕(秦廣王), 초강왕(初江王), 송제왕(宋帝王), 오관왕(五官王), 염라왕(閻羅王), 변성왕(變成王), 태산왕(泰山王), 평등왕(平等王), 도시왕(都市王), 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 등이다.
지옥을 다스리는 염라왕이 중국에 들어와서 도교적인 영향을 받아서 시왕사상이 전개되었다. 특히 당대(唐代)의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豫修十王生七經》에서 지장보살*과 시왕이 결합하여 종래의 현세이익적인 신앙에서 내세 구원적인 신앙으로 바뀌었다. 이 경전에 따르면, 중생들은 죽은 날로부터 7일 단위의 7번과 100일, 1년, 3년 등 열번에 거쳐 시왕에 의해 선, 악업을 심판받고 그 결과에 따라 육도 가운데 한 곳에 태어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에 명부심판관의 성격이 부각되면서 독립된 신앙으로 명부전에 자리잡게 되었고 시왕상과 시왕도 제작도 성행하였다. 보통 중앙에 지장삼존상을 중심으로 왼쪽에 1, 3, 5, 7, 9왕의 그림을, 오른쪽에 2, 4, 6, 8, 10왕의 그림을 둔다. 시왕상의 형상은 분노형의 얼굴에 도복(道服)을 입고 손에는 홀(笏)을 쥐고 있지만 제10대왕인 전륜대왕만이 투구와 갑옷을 입은 장군의 모습이다. 시왕도에는 죽은 사람이 살았을 때 범한 각종 죄업에 의해 형벌을 받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 특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