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포스터 poster(영)
전달할 내용을 일정한 크기의 지면(紙面)이나 천 등에다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표현하는 선전광고 매체. 포스터란 명칭은 기둥을 뜻하는 ‘포스트’에서 유래한 것으로, 처음에 기둥에 붙여 표시했던 사실에서 이런 호칭이 나왔다.
15세기 중기의 인쇄 기술의 보급과 함께 일반화되었으나, 19세기부터 급속히 발달하여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1860년대에 대형 인쇄기가 발명되자 포스터의 크기는 급속히 확대되어 소위 포스터 시대가 시작된다. 이 개막 시대에 특히 포스터의 디자이너로서 활약한 사람은 프랑스의 세레Jules Chéret였다. 그는 독특한 기법으로 포스터를 그려 그의 스타일은 이후 포스터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포스터계에서 주목할 점은 세레와 함께 많은 화가들이 포스터에 손을 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것은 툴루즈-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1864~1901)으로, 그는 거의 30여점의 포스터를 남겼다. 툴루즈-로트렉과 함께 활약했던 뮤샤Alphonse Mucha(1860~1939) 등도 초기 포스터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포스터는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된다. 즉 ‘문자가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이란 성격에서 포스터 전체의 통일적인 시각적 효과를 자각한다는 성격이 부각되었다.
또 각국에서는 포스터의 제작량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그 내용도 새로운 회화*의 동향이나 사상의 영향을 받아 다양해졌다. 또 포스터에 사진*이 이용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혁명 후 구소련에서 일어난 구축주의*에 의해 창안된 포토콜라주, 포토몽타주*와 같은 기법은 포스터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또한 형태의 단순화, 색채가 갖는 효과의 탐구라는 점에서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활동도 무시될 수 없다. 바우하우스에서 만든 포스터는 실험적인 것이 많았으나, 여기에서 개척된 새로운 시각 언어는 포스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제1차, 제2차세계대전 사이의 포스터는 이러한 여러 가지 수법이 도입되어 매우 다양해졌는데, 특히 프랑스의 카상드르A.M. Cassandre(1901~1968)는 격조 높은 포스터를 많이 그렸다.
제2차세계대전 중에는 정치 포스터가 중심이 되었으나, 전후에 포스터는 다시 전전(戰前) 이상의 활기를 보였다. 전후의 세계 포스터계의 움직임에서 몇 가지 특색 있는 현상으로 우선 ‘비주얼 스캔들’로 클로즈업된 프랑스의 사비냑Raymond Savignac의 유머 넘치는 포스터를 들 수 있다. 사비냑은 포스터가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을 실증시킨 점에서 특히 큰 공적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위트와 유머는 전후 포스터에 있어서 극히 중요한 요소로서, 이런 경향은 넓은 의미에서 초현실주의*의 기발한 이미지에서 촉발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벤 샨Ben Shahn(1898~1969)에 의한 선묘(線描)에 기초를 둔 독특한 포스터가 제작되었으나, 전후는 시장 조사를 근거로 한 광고의 합목적성이 강조되어 포스터도 분업을 토대로 한 아트 디렉터* 시스템을 확립했다.
여기에서는 개인으로서의 포스터 디자이너가 아니라, 포스터에 마지막 손질을 하는 아트 디렉터로서의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시되는 것이다. 그 결과, 포스터는 광고의 한 분야로서 상대적으로 보다 효용이 높은 광고 매체, 이를테면 텔레비전의 상업광고 등에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한편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포스터의 사회적 의미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포스터가 광고, 선전의 매체로서 제시된 다음,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회화와 같이 컬렉팅(→‘컬렉션’ 참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양면성을 가지며, 포스터가 회화에 접근함과 동시에 회화 또한 표현 방법이 다양해져 1950~1960년대의 팝 아트*에서 보여지듯 광고 매체를 주제로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될 수 없다.
즉 회화도 포스터나 간판에 접근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포스터와 회화가 전적으로 동일화됐다고는 할 수 없고, 전시 또는 게시된 시각적 형식으로서 공통성이 있는 부분이 크게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포스터의 기능은 광고, 선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있어서의 또하나의 회화’란 점도 오늘날의 포스터의 기능으로서 주목할 부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