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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여백 餘白

화면에서 묘사된 대상 이외의 부분. 특히 동양화에서는 예부터 여백을 화면에 두루 퍼져 있는 기(氣)의 표상으로 여겼다. 중국의 초기(10세기) 산수화가들은 ‘산수의 기상(山水氣象)’을 묘사하고자 여백을 두었다. 여백은 광(光)과 기를 의미한다. 북송北宋의 사대부들이 시화일치론(詩畵一致論)을 제창하였는데, 그림 가운데 여백은 시정과 여운을 양성하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남송南宋의 마원馬遠(마 위앤), 하규夏珪(시안 꾸에이)는 이를 과장되게 사용하여 ‘일각구도*’에 의한 화면의 주요 부분을 공백으로 처리하여 정형화했다.
여백으로 광대한 공간을 암시하는 수법은 송, 원(宋元)시대의 선종 화가들에게 종교이념을 표명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고 명대(明代)의 절파*화풍으로 계승되었다. 여백은 필선을 최소화한 감필과 함께 표현을 억제하는 데 의의를 두며 많은 걸작을 만들어냈다. 또한 묵죽*, 화조화*, 인물화*에서 여백은 대상의 포치에 대한 구성상의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여백은 종종 장식적,조형적 효과를 내기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