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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화

제단화 祭壇畵 altarpiece(영)

기독교 교회 건축물의 제단* 위나 뒤에 설치하는 그림이나 조각* 또는 장식 가리개. ‘제단 뒤 선반(retable)’ ‘제단 뒤 장식 병풍(reredos)’이라고도 한다. 전통적으로 기독교 교회에서 제단은 신성한 장소로 간주되었으므로 일체의 장식이 금지되었다. 제단에 성인들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던 것은 10세기경 이후에야 가능했으며, 제단 뒤에 설치된 장식 칸막이가 보편적으로 수용되었던 시기는 14~15세기에 들어서였다. 특히 반종교개혁 시기에 들어서 제단 뒤의 칸막이는 제단의 필수적인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이후 12세기경부터 교회의 수호성인, 사도*들, 교회박사들, 성경 속의 여러 사건들을 그린 목재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었다.
제단 가리개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으로 병용하는 경우도 있다. 조각만으로 장식하는 것은 제단 조각(리아도스)이라고 한다. 중앙 패널* 양측에 날개 패널을 나란히 놓고 문처럼 열고 닫는다. 제단화는 일반적으로 세폭 제단화*(triptych)의 형태가 많지만, 그 외에도 날개가 많은 다폭 제단화(polyptych)나 휴대 가능한 소형의 두폭 제단화*(diptych)도 있다. 주로 삼면 이상의 제단화는 성서의 주제 가운데에서도 근원적인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한 대작이 많다.
제단화의 장식적인 모티브*는 국가와 지역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이탈리아에서는 성직가들의 생애나 성격의 장면들을 묘사한 제단화가 주를 이루었으며, 화판 가장자리를 금도금으로 장식하고 칸막이의 수를 늘려 복잡한 주제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는 틀 장식은 줄어들고 그림도 단일화되었으며 제단화는 건축의 일부로 장식되었다.
14세기 알프스 북부에서는 ‘날개 달린 제단(winged altar)’이라는 독특한 양식의 제단 장식이 발달하였다. 이것은 중심 화판의 양옆에 그림을 그린 두 장의 화판을 붙여 접고 펼 수 있게 한 것으로, 과거에 성물함을 넣어두던 제단 뒤 선반에서 기원한 것이다. 서로 관련된 별개의 세장면을 보여주는 세폭이 한 벌로 된 이 제단 뒤 칸막이 양식은 17세기까지 주류를 이루었다. 스페인의 교회에서도 방대한 이야기와 여러 일화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된 거대한 칸막이를 선호했으며 그 가장자리는 조각으로 장식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종교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석재 제단을 선호했다.
14세기 영국에서는 제단 뒤 벽 전체를 예수와 성인들의 상을 세운 벽감*으로 장식한 독특한 양식의 제단화가 발달했다. 15세기에는 제단 장식이 더 많아져 15세기말에는 거의 모든 제단 뒤에 장식 선반이 설치되었다. 종교개혁*으로 16세기 영국과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그림으로 제단 뒤를 장식하는 일이 사라진 반면 반종교개혁 교회에서는 제단 뒤에 교회의 수호 성인을 그린 그림을 붙여놓을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런 과정에서 제단과 그 뒤의 칸막이는 실내장식*의 일부가 되었다. 종교적 외경심과 호화로움을 직접 느끼게 하기 위해 화려하게 장식한 바로크 시대의 제단은 17~18세기 가톨릭 제단의 모범이 되었다. 19세기에 들어와 제단 뒤 칸막이 디자인은 전통적인 형태를 고수하고 있을 뿐 새로운 점은 거의 없다. 한편 현대 교회는 구조가 단순해서 전통적인 장식 형태와는 어울리지 않고 제단 장식에도 부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