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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抽象表現主義
Abstract Expressionism(영)

일반적으로 1940년대와 1950년대 미국 화단을 지배하던, 미국 회화사상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회화의 한 양식을 가리킨다. 본래 추상표현주의라는 용어는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의 초기 작품에 대해서 사용했던 말로, 미국의 평론가 바Alfred Barr가 1929년 미국에서 전시중이던 칸딘스키의 유동적인 초기 작품에 대해서, 형식적으로는 추상적이나 내용적으로는 표현주의적이라는 의미에서 추상표현주의라는 말을 사용했었다.
그 후 1940년대에 《뉴요커》의 기자 로버트 코츠가 이 용어를 미국의 젊은 작가들, 특히 폴록Jackson Pollock(1912~1956)과 드 쿠닝Willem De Kooning(1904~1997)의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이 용어가 부적당하다는 견해도 있어서 비평가 로젠버그Harold Rosenberg는 액션 페인팅*이라는 용어를 대신 사용하였고, 또 막연히 뉴욕파*라는 명칭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추상표현주의라는 말 속에는 이 회화의 성격, 그 예술적 원천 등이 잘 나타나 있어 가장 빈번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추상표현주의는 서구 근대 미술*의 복합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야수주의*, 표현주의*, 다다*, 미래주의*, 초현실주의*로 이어지는 한 계보와 인상주의*, 입체주의*, 기하학적 추상의 계보를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미국 미술은 유럽의 새로운 사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렸다. 특히 제2차세계대전 초 미국 화단에서는 사회주의 사실주의*와 지방주의*가 지배적인 형식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쟁의 영향으로 추상적이거나 표현주의적인 경향의 미술은 새로운 계기를 맞이했다. 전쟁을 피해 도미한 유럽의 전위작가들이 미국 미술에 큰 자극과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뒤샹Marcel Duchamp(1887~1968), 모홀리 나기László Moholy-Nagy(1895~1946), 앨버스Joseph Albers(1888~1976), 호프만Hans Hofmann(1880~1966), 몬드리안Piet Mondrian(1872~1944), 가보Naum Gabo(1890~1977), 샤갈Marc Chagall(1887~1985), 에른스트Max Ernst(1891~1976), 이브 탕기Yves Tangui(1900~1955), 달리Salvador Dali(1904~1989), 마타Roberto Matta(1911~ ), 마송André Masson(1896~1987), 브르통André Breton(1896~1966) 등이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한편 현대미술의 파트롱*이며 컬렉터였던 페기 구겐하임도 도미하여 ‘금세기 미술Art of This Century’이라는 화랑을 경영하였는데, 이곳은 미국 전위미술의 중요한 산실이 되었다. 여기에서 유럽의 작가들과 미국의 젊은 미술 지망생들간의 접촉이 이루어졌고, 그 후 미국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43~1946년에 폴록, 호프만, 마더웰Robert Motherwell(1915~1991), 로스코Mark Rothko(1903~1970) 등의 개인전이 이 화랑에서 계속해서 열렸다.
추상표현주의는 회화에 있어서 무의식성을 강조한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에서 특히 강한 암시를 받았다. 추상표현주의자들, 특히 폴록의 경우 이러한 자동기술법의 강조는, 전면균질적(全面均質的)인 공간 구성, 드립 페인팅*의 개발, 또 그린다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둔 액션적인 제작 태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추상표현주의는 이 점에서 추상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추상과 동일하지 않다. 즉 전통적인 추상을, 구상 회화의 경우처럼 인간, 사물, 풍경 등을 표현 대상으로 삼지는 않지만, 삼각형이나 원 따위(기하학적, 무기적, 차가운 추상), 부정형(비기하학적, 유기적, 뜨거운 추상)한 점(點)이나 선, 또는 면에 의해 생성되는 형상(形象, figure)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것은 현대 회화의 한 특성으로서, 화면은 원근감을 잃고 평면화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역시 그라운드(後景, ground)와 피겨(前景, figure)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추상표현주의는 자동기술법에 힘입어 이러한 형상성을 초월하고자 했다. 무의식이란 구상적이든 추상적이든 간에 지시성과 방향성을 가진 형상을 거부하고 있다. 추상표현주의자들은, 자동기술법을 거의 무시하고 형상을 비롯, 형식적인 측면을 지니는 추상이란 구상예술의 연장 내지는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추상표현주의는 1951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미국 추상회화, 조각전>을 계기로 강력하고 주도적인 미술 운동을 전개했다. 그리하여 1951년부터 1961년 사이에 이 운동은 미국 전역과 세계 각국으로 파급되었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던 작가들 중에서도 이 경향으로 화풍을 바꾼 경우가 많았다. 본래 추상표현주의는 그 애매한 내용 때문에 일반화되었고, 작가도 다양했으나 진정한 의미의 추상표현주의자는 폴록, 뉴만, 로스코, 스틸뿐이다. 이에 비해 호프만, 고르키, 드 쿠닝, 클라인Franz Kline 등은 다른 경향의 작가들이다. 왜냐하면 로젠버그가 지적했듯이 형상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추상표현주의 운동은 1960년을 그 정점으로 폴록, 뉴만, 라인하트Ad Reinhardt(1913~1967) 등이 차례로 작고하면서 쇠퇴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드 쿠닝, 마더웰, 필립 거스통, 고틀립, 스티르 브룩스, 마카렐리 등은 그들의 이미지를 더욱 확대해 나갔다. 특히 라인하트, 뉴만, 로스코, 마더웰 등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일어난 색면파 회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