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
파묵 破墨
수묵화*의 한 용묵법(用墨法). 먹을 깨뜨린다는 뜻으로 ‘담묵(淡墨)을 사용하여 농묵(濃墨)을 깨뜨린다’(황공망黃公望(후앙 꽁왕, 1269~1454), 《사산수결寫山水訣》)든가, ‘농묵을 사용하여 담묵을 깨뜨린다’는 식으로 사용된다. 먹의 농담으로 대상의 입체감을 나타내는 기법이다. 먹면 외에 붓에 의한 윤곽선을 병용하기도 한다.
황빈홍黃賓虹(후앙 빈홍, 1864~1955)은 “파묵법이란 옅은 것은 짙은 것으로 깨뜨리고, 젖은 것은 마른 것으로 깨뜨리는 방법이다”라고 했고, 반천수潘天壽(탄 티앤서우)는 용묵에 대해 “먹이 마른 후에 다시 겹쳐 그리는 것을 적(積)이라 했고, 먹이 마르지 않은 축축한 상태에서 겹쳐 그리는 것은 파(破)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데에 파묵법을 사용하는 것은 먹빛의 농담이 서로 침투하여 매끄럽고 생기있는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성당(盛唐)시기인 8세기초에 나타났으며, 처음에는 산수수석화(山水樹石畵)에만 사용되었다. 정창원正倉院의 〈조모립녀도鳥毛立女圖〉에 나오는 바위에 그 예가 보인다. 발묵*보다 앞서 나타난 용묵법으로, 후세의 예로는 부벽준*이 전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