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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그램

모노그램 monogram(영)

이름의 머리글자를 짜맞추어 도안화한 것. 원래는 하나의 문자로 이루어진 문양이었으나, 이후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문자들이 서로 모여 만들어진 문양이나 표지를 말한다. 성명의 머리글자 두 개로 이루어지는 짝맞춤 글자로서 문자 이외의 형태를 결합하거나 다른 도안과 결합된 것도 있다. 보통 서명* 대신에 작품에 기재하거나 혹은 편지지나 인장 등에 쓰이는데, 뒤러Albrecht Dürer(1471~1528)의 A와 D의 짝짓기가 모노그램에 해당되는 예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동전들 중 다수에서 지배자나 도시를 상징하는 모노그램이 발견된다.
그러나 모노그램이 보편화한 것은 기독교가 공인되고 난 후의 일이며, 그 도안은 십자가 도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가장 신성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뜻하는 그리스 문자를 결합한 것으로서, 15세기 중엽에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두스가 창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모노그램은 원이나 화관 속에 그려지거나 혹은 제단*, 문장, 동전, 무덤, 방패, 천장 따위에 새겨져서 그리스도의 지고한 승리를 찬미하는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한편 중세에는 교회, 예술 그리고 상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제작된 문양들이 번성하였다. 초창기의 인쇄업자들은 모노그램이나 문양을 자주 사용하였는데, 이는 주로 출판된 서적들에 대한 보증을 뜻하는 것이었다. 화가나 조각가, 도예가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문양을 사용했다. 중세의 상인들은 문장(紋章) 표지 대신에 소유자의 이름 첫 글자와 사적인 문양으로 이루어진 모노그램을 상표처럼 쓰곤 하였다. 모노그램은 이렇게 상업적인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도 재앙이나 자연재해로 자신들의 상품을 보호해주는 기독교 교도의 표식으로서 거의 십자가를 포함하였다.

모노크롬

모노크롬 monochrome(영)

다색화(polychrome)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단일한 색조를 명도*와 채도*에만 변화를 주어 그린 단색화. 색채뿐만 아니라 내용*, 주제, 선, 형태를 거부한 모노크롬은 구성의 질서를 추구하는 전통적 미술 개념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어 전체주의적(wholistic)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모노크롬의 기원은 20세기초 절대주의* 화가인 말레비치Kasimir Malevich(1878~1935)의 <흰 바탕 위의 검은 사각형>과 러시아 구축주의* 작가인 로드첸코Alexandre Rodchenko(1891~1956)의 <검정 위의 검정>을 들 수 있다. 1945년 이래 만조니Piero Manzoni(1933~1963), 폰타나Lucio Fontana(1899~1968), 클랭Yves Klein(1928~1962), 라인하트Ad Reinhardt(1913~1967), 맨골드Robert Mangold(1937~ ), 라이만Robert Ryman 등의 작가들이 단색회화 작업을 전개하였다.
특히 1946년 최초의 단색 실험을 시도한 클랭은 1957년 일명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IKB, International Klein Blue’라고 불리는 그의 고유한 청색 모노크롬을 고안하였다. 그는 청색이 가장 비물질적이고 절대와 무한을 표상하는 색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를 통해 비물질적인 실체를 추구하고자 했다. 클랭은 청색 이외에도 금색(monogolds)과 장미색(monopinks)의 모노크롬을 말년에 제작하였다. 청색이 정신성을 의미한다면, 금색은 절대, 분홍색은 삶을 상징한다. 이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모노크롬 색상을 창조하였던 클랭은 더 나아가서 그것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한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모노크롬은 특히 1960~1970년대에 이르러 하나의 주요한 추상회화 양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배경으로는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1909~1994)가 말하는 모더니스트 회화*의 매체 순수성과 환원주의* 미학, 평면성의 대두, 미니멀 아트* 등을 꼽을 수 있다. 색면회화*에 있어서 색에 대한 사고의 판단 정지를 추구했던 비색주의 경향들은 그 예라 할 수 있다.

모노톤

모노톤 monotone(영)

단색조(單色調). 모노크롬*과 같은 뜻. 원래는 음악 용어로서 단조음(單調音), 즉 억양이 없는 똑같은 톤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 ‘모노크롬‘ 참조

모노파

모노파 物派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본에 나타난 미술 경향. 모노는 일본어로 ‘물(物)’, 즉 물건, 물체라는 뜻이다. 물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모노파는 나무, 돌, 점토, 철판, 종이 등의 소재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직접 제시하였다. 그럼으로써 사물에 근본적인 존재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대부분의 모노파 작가들은 원래 일본의 전통적인 회화 작업에서 출발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서양의 신사실주의*나 아르테 포베라*에 이르는 작업들과 유사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1968년 세키네 노부오關根神夫가 고베神戶의 수마리큐 공원의 땅을 파내고 그 옆에 거기서 나온 흙으로 원기둥을 설치한 <위상(位相), 대지(大地)>는 모노파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이후 많은 작가들이 이를 모방하였다. 한편 모노파에 최초로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한 작가는 한국의 이우환李禹煥이다. 그는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존재론을 참고하여 세키네 등 모노파 작가들의 작업을 ‘그대로의 세계와의 관계’라고 적극적으로 호평하였다.
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 공간 속에서 사물과의 관계를 자각케 한다는 점에서 모노파는 현상학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실체를 통한 지각의 방법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노파는 주지주의(主知主義)에서 벗어나, 존재하는 것과의 직접적인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였으며, 특히 서양 근대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동양적 사고와 연결시킨 이우환의 사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었다. 서구 미니멀 아트*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모노파는 전후 일본 미술의 가장 중요한 경향 중 하나였으며 1980년대에는 그 영향을 받은 후기모노파까지 등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