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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파

모노파 物派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본에 나타난 미술 경향. 모노는 일본어로 ‘물(物)’, 즉 물건, 물체라는 뜻이다. 물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모노파는 나무, 돌, 점토, 철판, 종이 등의 소재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직접 제시하였다. 그럼으로써 사물에 근본적인 존재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대부분의 모노파 작가들은 원래 일본의 전통적인 회화 작업에서 출발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서양의 신사실주의*나 아르테 포베라*에 이르는 작업들과 유사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1968년 세키네 노부오關根神夫가 고베神戶의 수마리큐 공원의 땅을 파내고 그 옆에 거기서 나온 흙으로 원기둥을 설치한 <위상(位相), 대지(大地)>는 모노파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이후 많은 작가들이 이를 모방하였다. 한편 모노파에 최초로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한 작가는 한국의 이우환李禹煥이다. 그는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존재론을 참고하여 세키네 등 모노파 작가들의 작업을 ‘그대로의 세계와의 관계’라고 적극적으로 호평하였다.
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 공간 속에서 사물과의 관계를 자각케 한다는 점에서 모노파는 현상학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실체를 통한 지각의 방법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노파는 주지주의(主知主義)에서 벗어나, 존재하는 것과의 직접적인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였으며, 특히 서양 근대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동양적 사고와 연결시킨 이우환의 사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었다. 서구 미니멀 아트*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모노파는 전후 일본 미술의 가장 중요한 경향 중 하나였으며 1980년대에는 그 영향을 받은 후기모노파까지 등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