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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적 구상

서술적 구상 敍述的具象
Figuration Narrative(프)

1960년대에 등장한 프랑스 신구상회화*의 다른 명칭. 신구상은 당대의 사회와 역사적 현실을 직설적 발언이 아닌 은유를 통해서 표현하는 서술적 구상과 동의어로서 이는 미술에서 구상회화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1967년에 열린 신구상회화 전시회인 <일상의 신화들Mythologies quotidiennes>에서 비평가인 가시오-탈라보Gerald Gassiot-Talabot가 신구상회화를 ‘서술적 구상’이라고 규정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는 <일상의 신화들>전 서문에서 이야기를 연속적으로 구상화된 재현으로 보여주는 것이 서술적 구상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특징으로 에피소드에 의한 서술과 일시적인 병치, 연속적인 구성양식 등을 거론하였다. 서술적 구상에서는 정지된 한순간이 아니라, 삶처럼 시간의 연속에 의한 이야기와 내용성이 중시된다.
모노리Jacques Monory, 아이요Gilles Aillaud, 프로망제Gerard Fromanger, 아로요Eduardo Arroyo 등의 신구상회화 작가들은 현대사회가 제공하는 갖가지 형태의 이미지 문화를 파괴하거나 해체, 또는 패러디*함으로써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간접적이고 함축적이며 시적으로 그림에 담으려고 했다. 형식보다는 내용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신구상회화, 즉 서술적 구상은 동시대 미국의 팝 아트*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영화나 만화와도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폴데스Peter Foldes는 화가이자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가시오-탈라보는 그림에서 일화성을 표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문학과 일화성을 부정한 모더니즘*에 의해 잃어버린 서술성을 부활시켰음을 높이 평가하였다.

→ ‘신구상회화’ 참조

서술적 미술

서술적 미술 敍述的美術
narrative art(영)

이야기나 역사적 사건을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인 미술로, ‘이야기 미술*(story art)’이라고도 한다. 회화*에서 서술적인 요소는 고대 이집트*부터 주된 표현 내용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이래로 성서나 고대 역사에 나오는 일화를 그린 역사화*가 회화의 장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를 점유하였으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서술적 회화가 유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적인 주제들은 19세기말 당시의 생활과 삶의 광경을 선호한 화가들에 의해 배격되었다.
이후 현대 미술가들은 서술적 회화와 조각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으며, 사실상 모더니즘* 이래로 미술에서 서술성은 기피되어 왔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추상미술*을 주장하고 서술성을 터부시한 모더니즘에 대한 반동의 일환으로서 서술적 미술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는 팝 아트*가, 유럽에서는 신사실주의*가 구상 이미지를 선호하면서 내용과 서술성이 재등장하였고, 영화와 만화의 영향을 받은 서술적 구상*도 태동하였다.
오늘날 서술적 미술은 줄거리의 여부와 관계없이 하나의 캔버스 위에 여러 사건들을 집합적으로 묘사하며 내용을 단편화하거나 이미지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또한 사진*과 텍스트를 사용하여 매우 주관적인 방법으로 사건과 역사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사진은 연속적으로 제시되며 부수적인 텍스트로 주석을 다는 형식을 취한다. ‘서술적인 미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는 영국의 비평가 라이하트Jasia Reihardt의 정의에 따르면, 이미지의 탈바꿈을 다루는 추상 회화도 이 범주 안에 포함될 수 있다. 서술의 시각적인 표현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회화이며 현대에는 퍼포먼스*와 설치* 미술, 비디오 아트*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서술적인 접근 방식은 20세기말 사회적 상호 접촉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소인 심리학적 자아성찰(self examination)과 역할연기(role playing)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