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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적 미술

서술적 미술 敍述的美術
narrative art(영)

이야기나 역사적 사건을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인 미술로, ‘이야기 미술*(story art)’이라고도 한다. 회화*에서 서술적인 요소는 고대 이집트*부터 주된 표현 내용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이래로 성서나 고대 역사에 나오는 일화를 그린 역사화*가 회화의 장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를 점유하였으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서술적 회화가 유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적인 주제들은 19세기말 당시의 생활과 삶의 광경을 선호한 화가들에 의해 배격되었다.
이후 현대 미술가들은 서술적 회화와 조각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으며, 사실상 모더니즘* 이래로 미술에서 서술성은 기피되어 왔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추상미술*을 주장하고 서술성을 터부시한 모더니즘에 대한 반동의 일환으로서 서술적 미술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는 팝 아트*가, 유럽에서는 신사실주의*가 구상 이미지를 선호하면서 내용과 서술성이 재등장하였고, 영화와 만화의 영향을 받은 서술적 구상*도 태동하였다.
오늘날 서술적 미술은 줄거리의 여부와 관계없이 하나의 캔버스 위에 여러 사건들을 집합적으로 묘사하며 내용을 단편화하거나 이미지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또한 사진*과 텍스트를 사용하여 매우 주관적인 방법으로 사건과 역사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사진은 연속적으로 제시되며 부수적인 텍스트로 주석을 다는 형식을 취한다. ‘서술적인 미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는 영국의 비평가 라이하트Jasia Reihardt의 정의에 따르면, 이미지의 탈바꿈을 다루는 추상 회화도 이 범주 안에 포함될 수 있다. 서술의 시각적인 표현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회화이며 현대에는 퍼포먼스*와 설치* 미술, 비디오 아트*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서술적인 접근 방식은 20세기말 사회적 상호 접촉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소인 심리학적 자아성찰(self examination)과 역할연기(role playing)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