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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

소묘 素描 drawing(영) dessin(프)

표현이나 형태를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선을 사용해 이미지를 그려내는 기술로서,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등 모든 예술의 기초를 형성한다. 밑그림이라고도 하며, 프랑스어로는 건축의 도면, 도안 등의 뜻도 포함한다. 제작의 목적이나 동기에 따라 크로키*, 스케치*, 에스키스*, 바탕그림, 에보슈*, 카르통*, 에튀드* 등의 명칭이 쓰이기도 한다.
고대 이집트 공예가들은 질그릇 조각 위에 붓으로 독자적인 스케치를 했다. 그러나 고대와 중세에는 스케치를 단순히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고 또 당시의 엄격한 관습이 예비 창조의 범위를 제한하였기 때문에 거의 그려지지 않아, 중세에 소묘의 기능은 주로 공방용의 패턴들에 한정되었다. 지오토Giotto(1266~1337) 이후 자연주의의 발생은 좀더 복잡한 밑그림 기술을 요하게 되었고, 14세기 이후 출현한 최초의 독립적인 소묘는 흰색으로 강조점을 둔 에칭*으로, 섬세한 모델링*을 위해 바탕칠이 된 종이 위에 그려졌다.
그 당시 사용되었던 다양한 소묘 기법은 첸니니Cennino Cennini(c.1360~1440)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는 도제 훈련에 있어서 소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묘를 회화에 입문하는 ‘개선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소묘가 예술의 표현수단으로서 최초로 독자적인 위치를 확립한 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의 작품에서였다. 그의 수많은 소묘들은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창조물들을 광범위하고 풍부하게 보여준다. 예비 스케치를 새로운 실험 분야로 본 그의 개념은 라파엘로Raffaello(1483~1520)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소묘의 발전은 18세기에 들어와 거장들의 위조품 드로잉들이 나돌 만큼 수장가들의 수집 대상이 되었다. 19세기에는 앵그르Jean-Auguste Dominique Ingres(1780~1867)를 위시한 신고전주의자가 소묘의 중요성과 기능을 강조한 것에 비하여 색채를 강조한 낭만주의*자들과 인상주의*자들은 비교적 소묘를 부수적인 것으로 이용하였다. 반 고흐Vicent van Gogh(1853~1890)는 큰 갈대펜을 사용하여 선의 표현적 특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으며, 로댕Auguste Rodin(1840~1917)은 20세기 소묘의 개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대담한 소묘에서부터 모델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자유로운 기법을 보여주었다. 이 때부터 데스피오Charles Despiau(1874~1946), 마이욜Aristide Maillol(1861~1944) 등과 같은 많은 조각가들도 훌륭한 소묘를 제작하였다.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 클레Paul Klee(1879~1940) 등을 비롯한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도 독창적인 소묘들을 통해 드로잉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였다. 20세기의 소묘는 추상화의 경향에 따라 점차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성격이 강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