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원근법
선 원근법 線遠近法
linear perspective(영)
간단히 말해서 기울어진 선의 장치가 화면 뒤의 어떤 공간적 깊이를 표시하는 것으로 읽히도록 하는 방식. 원근법*이라는 말은 ‘투과하여 보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perspicere’에서 유래한다. 대상을 전체 공간과 관련하여 파악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고안된 원근법은 삼차원의 현실을 이차원의 평면에 재현하는 회화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건축, 조경, 무대장치 등의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원근법은 선 원근법과 대기 원근법*으로 나뉘는데, 선 원근법은 일정한 비율이나 법칙이 없이 단순히 멀리 있는 것을 위에 또는 작게 그리거나 사선을 사용하여 배경을 표현하는 초보적인 원근 표현방식을 탈피하여 기하학적인 기초 위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체계화시킨 일종의 공식이다. 선 원근법은 삼차원의 대상물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대상들이 이루는 공간 내에서의 원근을 표현하기 위해 소실점(vanishing point)을 도입하였다. 이야기 안에서의 중요도에 따라 크기와 위치가 배열되는 중세의 방식이 개념적인 배치라면, 과학적인 투시에 따른 원근법의 사용은 시각을 중시하는 사실적인 배치 방법이었다.
소실점의 기하학적 의미를 명확히 포착한 투시도법의 원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기 피렌체의 건축가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1446)에 의해 1410년경에 발견되었으며, 그의 이론은 《회화에 관하여On Painting》(1436)란 저술에서 화가들을 위한 원근법적 구성을 기술했던 알베르티Leone Battista Alberti(1404~1472)에 의해 발전되고 널리 알려졌다. 많은 화가와 학자들이 이를 실험하였으며 특히 화가 우첼로Paolo Uccello(1397~1475)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1415~1492)에 의해 체계화되고 널리 보급되었다. 일점 시점을 요구하는 선 원근법의 대표적인 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의 <최후의 만찬>(1495~1498)이며, 16세기 초엽에는 화가나 건축가의 상식적 소양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근현대의 미술에서는 서구 원근법의 지배적인 일점 시점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미술을 낳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낭만주의*는 법칙적인 원근법을 표현상의 제약으로 여겼고, 입체주의*는 이에 보다 강력한 방식으로 도전하면서 다시 점을 사용했으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1888~1978)는 신비감과 불안함을 유도하기 위해 극도의 원근 표현을 이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