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미술
신체미술 身體美術 Body Art(영)
신체미술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미술동향의 하나로서 인간의 신체를 표현과 조형의 매체로 사용한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신체를 통한 행위가 미술 전개의 계기가 되므로 행위미술이나 행동미술*과 동일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체미술은 개념미술*의 한 부류에 속하며 언어나 여타 재료의 개입 없이 육체적인 교감이나 감각을 통해 관람자에게 접근하게 된다. 이는 1960년대의 차가운 미니멀리즘*을 거부하는 한편, 당시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하던 신체에 대한 경향, 즉 병적인 섹스나 마약과 같은 것에 대한 미술가들의 반응이기도 했다. 주로 공공장소나 사석에서 열리는 퍼포먼스*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므로 비디오나 필름에 담겨진 기록의 형태로 보존되고 전시된다.
신체미술은 주로 자학적인 마조히즘이나 정신적 또는 심령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전개된다. 육체의 모습을 왜곡한다든지(주르니악Michel Journiac), 자기 몸을 계획된 패턴에 따라 면도날로 긋는다든지(판Gina Pane), 구토, 찌푸리기 등의 행위를 통해 신체를 변형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체를 공격하고 인체를 새롭게 재인식시킨다. 또는 영적 체험의 일환으로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우려고 시도하거나 근동의 고대 여신상 같은 자세의 자기 모습을 흙으로 재현하는 등 신체적 행위를 통해 정신적 구도에 이르려는 작업들을 행하기도 한다.
신체미술의 선례로는 1919년 뒤샹Marcel Duchamp(1887~1968)이 별 모양으로 머리를 깎음으로써 보여준 다다*적인 제스처나 1960년대의 만조니Piero Manzoni(1933~1963) 및 클랭Yves Klein(1928~1962)의 인체 작업들을 들 수 있다. 신체미술 경향은 조각이 애초 인간의 신체에 특별한 관심이 있으며, 조각가들 또한 인체를 날카롭게 인식하는 한편 관람자와 작품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감정이입*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조각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따라서 조각가들이 자신들의 신체를 미술의 직접적인 매체나 주제, 대상으로 취급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과정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