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
오브제 objet(프)
일반적으로는 물건, 물체, 객체 등의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이나, 미술에서는 주제에 대응하여 일상적 합리적인 의식을 파괴하는 물체 본연의 존재 방식을 가리킨다. 나뭇가지라든가 동물의 가죽 등 자연적인 물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주전자 등의 공산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다*의 레디메이드* 오브제는 기성품의 일상적인 위치를 변질시킨 것이고, 초현실주의*의 오브제는 성적 욕망과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기능을 가진다. 제2차세계대전 후의 폐물을 사용한 조각, 즉 정크 아트*는 공업사회에서 의미를 가지는 오브제의 새로운 전개라 말할 수 있다. 오브제를 활발히 사용한 초현실주의에서는 이것을 전용(轉用), 독특한 표현 개념을 부여하여 구체적인 예술의 한 방법으로 삼았다. 즉 예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물건이나 그 한 부분을 본래의 일상적인 용도에서 떼어내 절연함으로써 보는 사람에게 잠재된 욕망이나 환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말한다. 이 방법은 바로 언어의 무의식적인 합성에 의해서 새로운 시적 언어가 형성되는 과정과 일치한다.
일상 생활에 쓰이는 모든 물체는 그 나름의 용도나 기능 또는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게 마련이나 이러한 물체가 일단 오브제로 쓰이면 그 본래의 용도나 기능은 의미를 잃게 되고 이때까지 우리가 미처 체험하지 못했던 어떤 연상작용이나 기묘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초현실주의에서 오브제란 사람과 물체가 서로 교통하는 한 방편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이러한 오브제의 개념은 초현실주의의 조형적 영역은 물론 그 사상에도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즉 오브제는 회화와 조각을 접근시켜 회화도 조각도 아닌 새로운 조형의 개념을 탄생시켰다. 또 오브제는 예술가의 생활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물건 그 자체로 인식되어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애매하게 만드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각종 오브제를 정리하여 12가지로 나누었는데,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자연물의 오브제(광물, 식물, 동물 따위) ②미개인의 도구나 주술적인 물체 ③수학상의 오브제(수학적인 원리에 의해서 구성된 입체적 모형 따위) ④발견된 오브제*(흔히 오브제라고 하면 이것을 가리킬 만큼 일반적인 것으로, 표류물, 나무 뿌리, 돌 기타 모든 오브제는 발견된 오브제라 할 수 있다) ⑤해석된 오브제(이를테면 발견된 오브제인 나무 뿌리를 약간 가공해서 거꾸로 놓으면 전혀 다른 물체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해석된 오브제이다) ⑥재해(災害)의 오브제(화재가 난 뒤 어떤 물건이 불에 타서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초조형적으로 변형된 경우) ⑦기성품의 오브제(실용을 목적으로 만든 기성제품에 단순히 서명을 함으로써 예술품으로 전이시킨 것) ⑧움직이는 오브제(어떤 종류의 자동 인형이나 풍차 따위와 같은 것으로 칼더Alexander Calder(1898~1976)의 모빌*이나 팅겔리Jean Tinguely(1925~1991)의 키네틱 작품 등이 여기에 속한다) ⑨상징기능의 오브제(달리Salvador Dali(1904~1989)가 발명한 것으로, 인간의 잠재의식에 직접 호소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