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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묵

발묵 潑墨

수묵화의 용묵법(用墨法). 필(筆)이나 준법*을 쓰지 않고 먹을 붓거나 뿌려가면서 형태를 그리는 방법이다. 《당조명화록唐朝名畵錄》에 전하는 바로는, 당唐의 왕협王冾(우앙 스)이 흰 종이에 먹을 뿌리고 발로 차고 손으로 문지르다가, 그 형상을 따라 바위, 구름, 물을 그렸는데, 마음먹은대로 손을 놀려 구름과 노을, 비바람을 그려 내니, 신이 기교를 부린 듯 아름답고, 엎드려 보아도 먹이 얼룩진 자국이 없었다 한다.
명대(明代)의 이일화李日華(리 르화)는 《죽란화잉竹雅畵媵》에서 “발묵은 먹을 오묘하게 사용해서 붓의 흔적을 보이지 않게 하고, 마치 먹을 뿌린 것처럼 그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청대(淸代)의 심종건沈宗騫(선 쫑지앤)은 《개주학화편芥舟學畵編》에서 “먹은 발묵, 산색은 발취(潑翠), 풀색은 발록(潑綠)이라 하니, 발(潑)의 쓰임새는 그림 속의 기운(氣韻)을 피워내는 것이라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했다. 번지는 효과를 이용하여 우연의 미를 얻을 수 있으므로 주로 일격을 나타낸 문인화가들에 의해 많이 사용되었다. 후세에는 먹물이 풍부하고 기세가 가득한 모든 것을 다 ‘발묵’이라 불렀다. 현대에도 채색을 위주로 한 붓놀림이 호방한 화법을 ‘발채(潑彩)’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