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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도

용호도 龍虎圖

화조 영모화*의 한 화제(畵題). 용*과 호랑이를 그린 것이다. 용이나 호랑이는 상 주(商周)시대의 청동기 문양 속에 나타나 있을 정도로 오래된 회화소재이다. 예부터 용은 고귀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비유되어 왕(王)이나 물을 다스리는 용왕(龍王)을 뜻하기도 하는 등 숭배의 대상이었다. 호랑이 역시 삼재(三災)를 쫓아 주는 벽사(辟邪)의 상징으로 이해되어 왔다. 동양에서는 물에는 용왕이 있고 산에는 호랑이가 있어 자신들을 액운으로부터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용호도는 이러한 믿음이나 역술 시문(詩文) 등에서 벽사나 위력의 상징으로 다루어지던 용과 호랑이를 회화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용호도는 고대부터 단독으로 또는 사신*도(四神圖)의 하나로 그려졌다.
당대(唐代) 이후 감상화 위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용그림의 진용陳容(츠언 르옹), 호랑이 그림의 포가包家(파오 치아)와 같은 전문화가도 나타났다. 용과 호랑이를 함께 대치시켜 그린 것은 언제부터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작품으로는 남송南宋 목계牧谿(무 시)의 그림이 유명하고 두 폭의 나한도에 용과 호랑이를 나누어 그린 것도 있다. 한국의 용호도도 선사시대의 암각화나 청동기의 문양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