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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지

화지 畵旨

중국 명대(明代)의 동기창董其昌(똥 치츠앙, 1555~1636)이 펴낸 화론서 1권. 원래는 《용대별집容臺別集》 4권에 실려 있었다(부분 조목은 막시룡莫是龍(모 스롱)이 편찬한 《화설畵說》에도 실려 있음). 내용은 자신의 그림 및 옛 그림에 대한 제발*(題跋)이 많고, 화법 품평 감상에 대한 논술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기창이 주장한 남북종론(南北宗論)과 기운론(氣韻論)이 요약되어 있다는 점이다.
동기창은 이 책에서 “선가(禪家)에 남북이종(南北二宗)이 있어 당唐나라 때 처음 나뉘어 졌는데, 그림도 당나라 때 남북이종으로 나뉘어 졌다. 북종은 이사훈李思訓(리 쓰쉰), 이소도李昭道(리 사오따오) 부자의 착색산수가 유전하여 송의 조간趙幹(자오 간), 조백구趙伯駒(자오 뿌어쥐), 조백숙趙伯驌이 되었다가 마원馬遠(마 위엔), 하규夏珪(시안 꾸에이)에 이르렀고, 남종은 곧 왕마힐王摩詰이 처음으로 선담법(渲淡法)을 써서 구작(鉤斫)의 법을 일변시킨 이래 그것이 전하여 장조張璪(즈엉 차오), 형호荊浩(싱 하오), 관동關同(꾸완 똥), 곽충서郭忠恕(구어 쫑쉬), 동원董源(똥 위앤), 거연巨然(쥐 르안), 미불米芾(미 후), 미우인米友仁(미 이어우르언)이 되었다가 원사대가*에 이르렀는데, 이는 육조(六祖)의 뒤에 마구(馬駒), 운문(雲門), 임제(臨濟)의 자손들이 성하고 북종은 쇠미해진 것과 같다”고 하며 남북종론을 주장하였다.
이는 왕마힐은 ‘남종’이고 이사훈 부자는 ‘북종’이며 남종 산수화의 미적 가치가 북종 산수화보다 높다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 이는 상남폄북*의 미학사상으로 문인화*파의 미학사상을 대변하는 것이다(남북종론은 막시룡의 《화설》에도 실려 있어 막시룡의 글로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동기창은 기운(氣韻)의 타고난 성질에 대해서 북송北宋 곽약허郭若虛(구어 루어쉬)가 말한 “기운은 배울 수 없는 것이다”는 주장을 따름으로써 기운론을 설파하고 있다. 동기창의 남북종론과 기운론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