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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스케치 sketch(영)

일반적으로 미술가들이 본격적인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예비적인 착상을 기록해두기 위해 그리는 대략적인 밑그림 혹은 대상물을 신속하게 묘사하는 습작. 단순히 약화(略畵)라고도 하는 스케치의 개념은 르네상스기에 확립되었고 치밀하게 묘사하는 에튀드*와는 개념상 구별하여 사용한다.
한편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소품을 가리키기도 한다. 전통적인 밑그림용 스케치는 대체로 전체 구도와 배치에 역점을 둔다. 이것은 주로 미술가의 작업지침으로 사용되지만, 라파엘로Raffaello Sanzio(1483~1520)나 루벤스Pieter Paul Rubens(1577~1640)같이 많은 조수들을 고용하여 함께 작업하는 공방*의 경우에는 스승이 조수들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스케치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번째는 크로키*로서 작가가 보고 기록해두고 싶은 정경이나 사건을 재빨리 그린 것이다. 두번째는 일반적으로 색채를 사용하여 풍경의 분위기와 전체적인 인상을 기록하는 포샤드이다. 세번째로는 초상화*와 관련되어 모델이 될 인물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신체적 특징을 표시해두기 위한 스케치가 있다. 18세기 이후에 스케치는 이러한 전통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 펜이나 연필같은 간단한 매체를 이용하여 시각적 경험을 그리는 가볍고 즉흥적이며 그 자체로서 완결된 양식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자연스러움과 생동감을 선호하는 낭만주의*적 태도와 자연예찬, 여행수단의 발달, 아마추어 미술인의 증가 등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다른 작품을 위한 예비 단계나 습작 정도로 인식되었던 과거의 스케치 작품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