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1 2 7

선 線

선 線 line(영)

미술에 있어서 보통 색(色), 면(面)과 함께 형태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 특히 채화(彩畵)와 구별되는 묘화(描畵)에서는 선 자체가 하나의 분야가 된다. 그러나 선은 본래 면 주변에 또는 면 상호 간의 한계로서 이념적으로만 존재할 뿐 시각적인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현적인 예술에 있어서 선은 현실성의 상징적 표현이 된다. 대상의 형태의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선에는 대상을 외면으로부터 규정하는 폐쇄적인 윤곽선과 이를 내면에서 한정하여 부분적인 양성(量性)을 상징하는 선이 있는데, 이 모두가 대상의 공간적 규정을 상징하는 재현적인 선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선의 기능은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선에는 내부 촉각 특히 운동에 관한 재생 감각을 매개로 하여 감정이나 의욕 또는 정취가 쉽게 결합된다. 즉 방향, 속도, 힘, 장단, 굵고 가는 것, 소밀(疎密), 굴신(屈伸) 등의 기교에 의해 무한한 정신 표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의미의 선은 대상의 의미나 표상(表象)과 협동하거나 또는 그것과 독립적으로 유정화(有情化)되거나 생명화된다. 따라서 이러한 선의 기능은 묘화뿐 아니라 채화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근대의 추상적인 회화에서는 이런 종류의 선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시되어야 하는 선의 기능으로는 선의 체감적인 단축에 의한 원근법*의 효과나 선의 농담(濃淡), 단속, 굵고 가늘기 등의 수법에 의한 색채 및 명암의 효과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화면에 실제로 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면의 각 부위 사이에 자연히 일정한 시선 방향이 고정되고 그것이 구도의 중요한 구성 요인이 된다.

선 원근법

선 원근법 線遠近法
linear perspective(영)

간단히 말해서 기울어진 선의 장치가 화면 뒤의 어떤 공간적 깊이를 표시하는 것으로 읽히도록 하는 방식. 원근법*이라는 말은 ‘투과하여 보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perspicere’에서 유래한다. 대상을 전체 공간과 관련하여 파악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고안된 원근법은 삼차원의 현실을 이차원의 평면에 재현하는 회화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건축, 조경, 무대장치 등의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원근법은 선 원근법과 대기 원근법*으로 나뉘는데, 선 원근법은 일정한 비율이나 법칙이 없이 단순히 멀리 있는 것을 위에 또는 작게 그리거나 사선을 사용하여 배경을 표현하는 초보적인 원근 표현방식을 탈피하여 기하학적인 기초 위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체계화시킨 일종의 공식이다. 선 원근법은 삼차원의 대상물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대상들이 이루는 공간 내에서의 원근을 표현하기 위해 소실점(vanishing point)을 도입하였다. 이야기 안에서의 중요도에 따라 크기와 위치가 배열되는 중세의 방식이 개념적인 배치라면, 과학적인 투시에 따른 원근법의 사용은 시각을 중시하는 사실적인 배치 방법이었다.
소실점의 기하학적 의미를 명확히 포착한 투시도법의 원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기 피렌체의 건축가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1446)에 의해 1410년경에 발견되었으며, 그의 이론은 《회화에 관하여On Painting》(1436)란 저술에서 화가들을 위한 원근법적 구성을 기술했던 알베르티Leone Battista Alberti(1404~1472)에 의해 발전되고 널리 알려졌다. 많은 화가와 학자들이 이를 실험하였으며 특히 화가 우첼로Paolo Uccello(1397~1475)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1415~1492)에 의해 체계화되고 널리 보급되었다. 일점 시점을 요구하는 선 원근법의 대표적인 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1452~1519)의 <최후의 만찬>(1495~1498)이며, 16세기 초엽에는 화가나 건축가의 상식적 소양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근현대의 미술에서는 서구 원근법의 지배적인 일점 시점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미술을 낳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낭만주의*는 법칙적인 원근법을 표현상의 제약으로 여겼고, 입체주의*는 이에 보다 강력한 방식으로 도전하면서 다시 점을 사용했으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1888~1978)는 신비감과 불안함을 유도하기 위해 극도의 원근 표현을 이용하였다.

선 인그레이빙

선 인그레이빙 line engraving(영)

동판화* 기법의 하나로 금속요판(金屬凹版) 또는 조각동판이라고 한다. 뷰린이나 니들, 포인트라는 도구를 사용해 도안대로 금속판의 표면을 파낸 후, 파낸 선 안으로 잉크를 문질러 넣어 힘을 가해 눌러 찍어내는 음각 기법의 판화이다. 금속판으로는 철, 아연, 은판이 쓰이기도 하나 흔히 사용되는 것은 동판이다. 에칭*처럼 바늘 끝으로 단순히 표면을 긁고 약품에 의한 화학 작용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사용해 금속판을 어느 정도 깊이까지 파서 새겨진 선이 그대로 인쇄되어 화면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을 새길 때는 도구를 쥔 손에 힘을 가감하여 깊이를 조정하며 깊게 팔수록 굵은 선이 나타난다. 선 인그레이빙은 여러 가지 크기의 점이나 평행선, 그물눈 형태의 선들을 이용해 명암*과 농담의 효과를 낼 수도 있으나, 이 매체의 본질적 특성은 금속성의 힘, 명쾌함, 정확성을 느끼게 하는 데 있다.
선 인그레이빙 기법은 15세기 중기 독일과 이탈리아의 금세공인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발생했다. 르네상스* 시대인 16세기초에 완숙기에 이른 이 기법의 유명한 제작자로는 뒤러Albrecht Dürer(1471~1528)가 있다. 17세기에는 프랑스에 유명한 인그레이빙 추상화 학교가 생겨 기법상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 때부터 제작가들은 판화 제작상의 노고를 줄이고자 에칭과 결합시켜 도안은 에칭으로 하고 정교한 표현을 요하는 곳과 마무리만을 인그레이빙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19세기 후반 사진*이 발달하면서 선 인그레이빙의 기능은 실용적 측면이 아닌, 기법에 내재한 예술적 속성을 추구하는 측면으로 변화되었다.

선덕

선덕 善德 virtue(영)

서양의 고대, 중세 미술의 주제. 즉 선덕과 악덕(惡德)을 의인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선덕은 신앙, 희망, 자비의 세 가지 신학적 의미와 사리분별, 정의, 용기, 절제의 네 가지 기본 선덕인 총 7가지 덕으로 구분된다. 반면에 일곱개의 악덕은 오만, 분노, 질투, 적대, 탐욕, 폭음, 사치이다. 대체로 글과 조각에서 악덕과 함께 선덕을 우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프루덴티우스 및 아우구스부르크가 저술한 문헌들에서 유래했다.

선돌

선돌 menhir(영)

수직으로 솟은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선사시대 거석 문화(巨石文化)의 기념비. 가공되지 않았거나 부분적으로 다듬어진 돌이 단독적으로 또는 열(카르낙Carnac, 브르타뉴Brittany)을 짓거나 원형(기원전 1800~1400년의 스톤헨지*)의 형태를 이루며 세워져있다. 기념비의 일종으로서 종교적 의미를 가졌으리라고 추측된다. 거석들은 기원전 4000~1000년부터 북유럽에서 많이 발견되며, 구소련의 남부 카프카즈, 남 시베리아, 인도의 데칸 고원, 동 아시아 등에도 분포해 있다. 중국의 집안輯安에 있는 <광개토대왕비廣開土大王碑>도 일종의 선돌로 볼 수 있다.

선염

선염 渲染

동양 회화*의 기법. ①종이에 물을 먼저 칠하고 마르기 전에 수묵이나 채색을 가하여 표현 효과를 높이는 기법. 붓의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은은한 표현 효과를 나타낸다. 안개 낀 산수의 흐릿한 정경이나 우중(雨中)의 정취 또는 으스름한 달밤의 풍경을 표현하는 데 활용된다. ②‘색의 배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청대(淸代)의 운수평惲壽平(윈 서우핑)은, “속된 사람들은 그림을 논하면서 모두 색의 배치(設色)가 쉽다고 여기나, 어찌 선염의 어려움을 알랴? 그림에 착색을 하는 것은 마치 용광로에 집어넣는 것처럼 여러 번 단련하는 것이니, 불기가 조금이라도 차이가 생기면 앞서 했던 노력이 모두 수포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적

선적 線的 linear(영)

미술에 있어서 ‘선적’이라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사물의 윤곽선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명암이나 색채에 의해 변화하지 않는 형태 자체를 파악하도록 하는 묘사를 의미한다. 뵐플린Heinrich Wölfflin(1864~1945)의 《미술사 기초 개념Kunstgeschichtliche Grundbegriffe》(1915)에서는 ‘회화적*’이라는 것에 대립되는 ‘조각적’인 것과 동일한 뜻으로 기술되었다. 말하자면, 사물의 실재를 촉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분명하게 한계 지워진 표현으로 명료하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회화*뿐 아니라 조소*나 건축에도 적용되며, 각각의 영역에서 형태의 명확성, 한정성, 완결성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인다.

선전

선전 鮮展

→ 조선미술전람회

선조

선조 線彫

금속의 표면에 선 또는 점을 파거나 찍어서 일정한 문양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걸림정으로 표면에 무늬를 눌러새기며 공금정으로 남은 바탕부분을 메우는 등 각종 정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세분된다. 끝이 뾰족한 정으로 꼭꼭 눌러서 점을 나타내는 것을 침석타(針石打) 또는 침서(針書)라 하고, 선으로 문양을 나타낼 경우 사용하는 정의 기울기와 모양에 따른 깊이나 굵기 등의 차이에 따라 모조(毛彫), 점선조(點線彫), 축조(蹴彫)로 분류된다.

선종화

선종화 禪宗畵

도석화*의 한 종류로 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의 이념이나 그와 관계되는 소재를 택한 그림. 말로 설명하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깨닫는 선종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기 위하여 승려들이 여기(餘技)로 그린 그림이다. 이것이 사대부의 사유방식과 연계되면서 종교화로서보다 감상화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전통적인 불교 회화와는 달리 수묵을 사용하여 감필묘*(減筆描)의 간일(簡逸)한 화풍을 이루는 게 상례이다. 특히 달마達磨를 비롯해 한산寒山, 습득拾得, 나한羅漢, 출산석가(出山釋迦) 등의 인물화*와 십우도(十牛圖) 등이 많이 그려졌다. 당대(唐代)에 선종의 대중화와 함께 유행하였으며, 남송대(南宋代)에 전통이 확립되었다. 원대(元代) 이후로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였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파급되었다고 하지만 전해지는 작품은 없다. 다만 조선시대의 김명국金明國, 한시각韓時覺의 작품들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