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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미술사 History of Art(영)

미술작품을 조사 연구하고 그 역사적인 발전 과정을 추적하는 학문으로서 회화*, 조각*, 건축, 공예* 작품 자체의 역사뿐만 아니라 제작자의 전기, 기법 그리고 표현 내용의 연구 등도 포함한다. 또한 작품을 감정하고 평가, 분류, 해석하는 것, 사적 자료의 수집 등도 미술사의 중요 과제이다. 고대의 유적과 유품의 조사, 귀속(歸屬)의 결정 등은 일반적으로 고고학(考古學)의 분야에 속하지만, 고고학과 미술사와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관계로 미술사에서 다루어지기도 한다. 미술사학자는 역사적 관점에서 미술 전통의 양식 및 형식상의 전개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현존하는 미술사에 관한 최초의 문헌에는 플리니우스Plinius(c.23~79)가 쓴 《자연사Naturalis Historia》(1세기)와 파우사니아스Pausanias의 《그리스 주유기(周遊記)Periegesistes Hellados》(2세기)가 있다. 전자는 연대기 순으로 명작들을 해설하는 형식이고, 후자는 미술을 지역에 따라 구분하여 설명하였는데 이러한 미술사 기술방식들은 후대에 그대로 계승되었다. 특히 《자연사》의 회화와 조각에 관한 장은 이탈리아 르네상스기의 학자들이 당대의 제반 예술적 업적들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할 때에 하나의 유용한 모델로서 사용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기베르티Lorenzo Ghiberti(c.1378~1355)의 《비평사》를 시발점으로 하여 바자리Giorgio Vasari(1511~1574)의 《미술가 열전Le vite de’ più eccelenti architetti pittoroi et scultori Italiani》(1550)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특히 바자리는 역사가로서의 자신은 ‘제 양식의 뿌리와 원인을, 그리고 어떠한 이유에서 예술이 진보하고 혹은 쇠퇴하는 가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생성, 완성, 쇠퇴를 반복하는 역사적 순환과정을 미술사에 적용하려 했던 것이다. 17세기에는 이같은 바자리의 정신을 이어 받은 멘더Karel van Mander(1548~1606, 네덜란드), 리돌피Carlo Ridolfi(1594~1658, 베네치아), 말바시아Count Carlo Malvasia(1616~1693, 볼로냐), 잔트라르트Joachim von Sandrart(독일) 등 많은 ‘열전사가(列傳史家)’들이 등장하였다.
한편 동시대 프랑스의 펠리비앙André Félibien(1619~1695)이나 이탈리아의 벨로리Bellori(c.1615~1695)같은 이론가들은 회화론이나 예술가 열전의 형식으로 역사 속에 미의 이론을 도입하려고 했다. 또한 아카데미*에서는 과거의 위대한 거장들의 모방을 중시함으로써 역사적인 지식을 중시하였다. 근대적 학문으로서의 미술사는 18세기 후반 양식의 변천에 의한 역사의 전개를 규명한 빈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1717~1768)에 의해 비롯되었다. 그의 저서 《고대 미술사Geschichte der Kunst des Altertums》(1764)는 조각과 회화를 당대 민족정신의 가장 고귀한 표상으로서 취급하였다. 독일어권의 여러나라에서 미술사에 아카데미적 권위를 부여했던 것은 이러한 빈켈만의 견해에 입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절대 정신의 자기 전개로서의 역사 철학을 얘기한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에 의해 강화되었다. 헤겔 이후에는 미술의 양식적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밝히는데 중점을 둬 텐느Hyppolyte Adolphe Taine는 이를 민족과 환경, 시대로, 젬퍼Gottfried Semper는 기술의 발달로 설명하였다. 한편 미술을 문화적 맥락 속에서 다룬 사가들 중에는 스위스 출신의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가 유명하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에 걸쳐 미술사는 학문으로서 엄밀성을 확립하게 되었는데, 인상주의*와 같은 19세기 미술운동의 영향과 ‘순수 시각성(pure visibility)’의 미학 이론은 오로지 형식*에 대한 분석으로서의 미술사를 추구하는 경향을 낳았다. 이러한 방식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부르크하르트의 제자인 뵐플린Heinrich Wölfflin(1864~1945)과 빈의 리이글Alois Riegl(1858~1905)을 들 수 있다. 특히 뵐플린은 상호 대립적인 개념들을 서로 짝지음으로써 미술양식의 특성과 발전을 설명하려고 시도하였다. 프랑스에서는 포시용Henri Focillon(1881~1943)이 예술사의 본질에 대한 생물학적인 개념을 통해 형식주의*적 접근 방식에로의 새로운 방향 전환을 가져왔다. 이러한 양식사적 관점과는 대조되는 시각으로는 주제나 내용에 초점을 맞춘 도상학*적 연구(말레Émile Mâle,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 빈트Edgar Wind), 시대의 정신적 배경을 중시하는 경향(바르부르크Aby Warburg), 게슈탈트* 심리학과 정신분석을 원용하는 심리학적 방법(곰브리치Ernst Hans Gombrich) 등이 있다.
현재 미술사는 1844년 베를린 대학을 시작으로 많은 나라에서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1932년 런던에서는 미술사만을 다루는 코트올드 미술연구소가 개설되었다. 미국 대학에서는 20세기초부터 활발히 연구되었는데, 주로 고대 고전기 이후의 서구 미술의 양식상의 발전과정에 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