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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설치 設置 installation(영)

일상적으로는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걸거나 배치하는 작업 전반을 의미. 보다 엄밀한 의미로는 특정한 장소나 전시공간을 고려하여 제작된 작품과 공간이 총체적인 하나의 환경을 이룸으로써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미술을 말한다. 따라서 설치 미술을 경험하는 관객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환경에 직접 참여하게 되며, 작품 자체 및 작품과 주위공간 뿐 아니라 공간과 관람자가 이루는 관계까지 작품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설치라는 용어는 미국 미술 저널리즘에서 조각*이나 회화* 등으로 그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에 대한 편의적인 의미를 담아 전시된 작품의 구성을 보여주는 사진을 설명하는 데에 흔히 쓰이던 말이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후에 좁은 의미의 ‘설치’를 가리키는 말로서 전환되었다.
설치 작업의 선례는 특히 1950~1960년대의 팝 아트*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캐프로Allan Kaprow(1927~ )의 해프닝*을 위한 세트, 키엔홀츠Edward Kienholz(1927~1994)의 타블로*, 레드 그룸스Red Grooms의 연극적 공간, 올덴버그Claes Oldenburg(1929~ )의 석고로 만든 상품이 가득 찬 상점, 벽지 형태로 제작한 워홀Andy Warhol(1928~1987)의 거대한 판화 등이 그것이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타틀린Vladimir Tatlin(1885~1953)의 <잔게지Zangezi> 무대미술이나 슈비터즈Kurt Schwitters(1887~1948)의 <메르츠*>와 같은 20세기초 미술가들의 작품까지도 확장시킬 수도 있다.
설치 작업은 일반적으로 매매가 불가능하여 단기간 전시된 후에는 ‘기록’만 남고 해체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사진*이나 글로 남는 기록은 작업과 환경과의 본질적 관계를 담지 못하므로, 설치는 일회성을 본연의 속성으로 갖는다고 하겠다. 수천 개의 폐기물을 이용하여 해저정원이나 꿈 같은 환상적인 세계를 연상시키는 극적인 환경을 만든 파프Judy Pfaff의 작품이나, 띠가 그려진 구조물을 통해 그 장소가 지니는 물리적 또는 사회적 특성에 대해 논평하는 뷔렝Daniel Buren(1938~ )의 작품 등이 그러한 예이다. 최근에는 설치미술이라는 용어가 공공장소나 기업의 사옥 같은 곳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조각군(彫刻群)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