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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문자

상형문자 象形文字
hieroglyph(영) hieroglyphika(그)

인물이나 동물 또는 사물을 그려서 그것에 관련된 단어나 음절 또는 소리를 나타낸 문자. 이 기호들은 주로 초기의 한자(漢字, 갑골문*)와 고대 이집트의 묘비나 문서에서 나타난다. 재현미술(모방미술)이 일찍부터 가졌던 기능들 가운데 하나는 사건과 사실을 기록하고 재생해내는 것이었다. 이집트 상형문자 기록 행위는 여러 이미지를 구사하여 하나의 낱말을 암시하는 수수께끼 그림의 원리를 차용하면서 회화적 이미지를 활용한, 진일보한 것이었다. 상형문자는 그 역사 전체를 일관하여 음성요소가 덧붙여진 그림 표기법으로 존속되었다.
이집트의 제1왕조 시대 점판암 팔레트*와 여타의 물체 위에 기록된 상형문자에서는 순수한 그림의 요소와 상형문자에 해당할 만한 것을 구별하기가 어려우며, 이런 기록과 표상 간의 밀접한 관계는 그 후에도 지속되었다. 부조*와 회화*에서 상형문자는 전체 구성의 완전한 일부로 다루어졌고, 자명하지 않은 행위와 대상물에 수반되는 ‘표지’로서 혹은 묘사 장면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텍스트의 난(欄)으로 등장하였다. 이집트인은 기호의 장식적 가치를 잘 알고 있었고 각인된 부위는 눈에 거스를 만한 아무런 공백도 남기지 않은 채 대칭적으로 용의주도하게 구성했다. 각각의 상형문자는 세심하게 만들어져 아름답게 채색되기도 하였는데, 각인된 부위에서 등장하는 생물체(특히 새)는 날아가버리거나 해로움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지가 절단되기도 하였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부터 상형문자와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은 기독교의 발전과 더불어 4세기에 소멸하던 승려 계층에 국한되었다. 호라폴로Horapolo의 것으로 추정되는 4~5세기경의 한 작품에서는 여타의 작품들에 대한 환상적이며 우의적인 설명과 몇몇 기호들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결합되었다. 15세기초에 재발견된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에 크게 유행했으며 문장(紋章) 양식에도 기여한 바 있다. 그 후 수세기 동안 1799년 로제타 스톤이 발견되어 19세기 이집트학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이집트 상형문자 각인 작품을 해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