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아우라 Aura(독)
‘아우라’란 원래 ‘분위기’ 등의 의미로, 20세기 초의 독일 사상가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예술 이론으로 도입한 용어이다. 그에 따르면, 아우라는 예술작품에서 개성을 구성하는 계기로, 예술 작품이 지니고 있는 미묘하고도 개성적인 고유한 본질 같은 것을 의미한다. 예술 작품이 풍기는 고고한 분위기는 이 아우라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개성적이고도 근접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자율적인 존재로서의 예술 작품이 가능할 것이다. 예술 작품에서의 품위와 자율성이 아우라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벤야민은 아우라가 생겨나게 된 예술의 전통으로부터 유도해 내고 있다. 이 점은 예술이 원래 지니고 있던 기능, 즉 예술 작품이 신을 예배하고 숭배하는 제의와 의식에 사용되었던 사실에서 볼 수 있다.
최초의 예술 작품은 의식에 사용되었는데 처음에는 마적인 의식(magisches Rituel)에, 나중에는 종교적인 의식에 쓰였다. 이러한 근원에서 비롯된 예술 작품 또한 의식 기능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고 벤야민은 주장한다. 제의적인 예술작품 속에는 주관화된 신성(das göttliches Subject)이 상징화되어 있다. 이러한 예술 작품 앞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예배와 기도였던 것처럼 예술 작품은 인간에게 아주 가깝게 밀착된 것이며 동시에 접근할 수 없는 어떤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종교와 신적인 것은 예술 작품에 어떤 마적인 힘을 부여하기 때문에 작품은 감히 가까이 대할 수 없이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신비스런 자태로 나타나지만 동시에 아주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우리를 끌고 있다. 이것을 벤야민은 예술 작품의 본질적인 비밀 수조(Geheimstruktur)라고 해석하며, 이러한 예술 작품의 제의적인 가치를 시간, 공간적인 감지의 카테고리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의 아우라 개념이다. 물론 예술 작품 속에 깃든 신적인 것의 표출을 긍정하는 데에서만이 아우라의 개념이 가능할 것이다.
벤야민은 아우라를 ‘유일하고도 아주 먼 것이 아주 가까운 것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일회적인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예술 작품의 불가촉(das Unnahbare)의 마적인 현상은 작품의 일회적인 존재성이며, 이것이 곧 아우라의 의미이다. 그렇게도 먼 것이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기이하게 얽힌 짜임’에 기인하고 있다. “원(遠)과 근(近)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고, 먼 것은 접근할 수 없다는 본질적인 것이 곧 예술 작품 속에 구현된 제의적인 것의 상(Kultbild)이 지닌 본질이기도 하다.” 벤야민은 이 원과 근의 동시성, 그 유착을 인식 내지 경험하고자 했으며, 이것을 개념화하려는 시도로 나타난 것이 ‘아우라’라는 그의 사고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