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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법

원근법 遠近法 perspective(영)

어원인 라틴어의 아르스 페르스펙티바(Ars perspectiva)는 페르스피케레(perspicere, ‘투과하여 보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공간 중의 물체를 전체와 관련지어 포착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인데, 삼차원의 현실을 이차원의 평면(화면) 상에 재현하는 회화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건축, 정원, 도시계획 및 무대장치 등의 시각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사용하는 개념이다.
서양에서는 사실을 지향하는 고전, 고대와 근세의 미술에 있어 원근법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졌다. 측면시(側面視), 수족(手足) 교차와 단축(短縮) 등의 표현, 특히 배경으로 되어 있는 건축과 풍경의 묘사는 이미 폼페이 벽화(기원전 1세기) 등에 명확한 유례가 있고 비트루비우스Vitruvius에 따르면, 무대 장치의 원근법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화가 아가타르코스Agatharkos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양의 원근법은 회화를 구성하는 색과 선의 두 가지 요소에 따라 각각 발전했다. 그 중 ①색채 원근법은 색의 심리 효과를 화면에 응용해서 원근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적극성의 인상을 주는 빨강은 가까운 것에, 또한 소극적인 청색은 먼 것에 쓰인다. ②선 원근법*은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하학적인 기초 위에, 법칙이라고 할 만큼 유일하게 체계화된 원근법이다. 15세기 초 피렌체에서 건축가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1446) 등에 의하여 개발되고 마사치오Masaccio(1401~1428)의 <성 삼위일체>의 화면 구성에서 비로소 미술에 응용되었다.
인간적 시각의 확립을 의미하는 원근법은 시민계급이 발흥하여 인간성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야 그 구조가 수학적으로 해명되었다. 원근법은 회화에 적극 도입되어 우첼로Paolo Uccello(1397~1475), 도나텔로Donatello(1382~1466), 알베르티Leone Battista Alberti(1404~1472),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ro della Francesca(1415~1492), 뒤러Albrecht Dürer(1471~1528) 등에 의해 연구되었고, 또 작품에 응용되었다. 그러나 착각을 이용한 트릭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이를 너무 신봉하여 작품의 예술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정밀한 원근법은 인상주의*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특히 세잔느Paul Cézanne(1839~1906), 고갱Paul Gauguin(1904~1948) 등은 작품 제작 의도 때문에 원근법을 무시하였고, 입체주의*에 이르러서 원근법은 소멸되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작가들 간에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원근법을 되살리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사상사적으로 보면, 선 원근법은 주관(인간)에 의한 객관(자연)의 지배라는 의미에서, 르네상스 이후 서양의 세계관과 철학이 완전히 궤를 같이 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성에 의해서 규정된 공간 중에 표현되는 근세의 종교 도상*은 예를 들면 정신적, 사회적 위계에 따라 근본적으로 대조적이다. 서양의 원근 표현은 동양화가 자연을 주된 관심사로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실내의 표현이 많으며, 풍경 묘사에서 원근감의 표현이 정확히 행해지게 된 것은 14세기 후반에 중경(中景)화를 그리게 되고 난 이후부터다.
중국에서는 한대(漢代)의 화상석*(畵像石)에서 전후의 대상을 약간 떨어지게 하여 겹치는 방법과 기물, 깔개 등을 평행사변형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부감법을 쓰고 있으나, 일반으로는 원상근하(遠上近下, 상하법)를 약속한 원시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초보적인 투시 화법은 육조(六朝) 시대에 성립되었으나 주제에 대한 배경에는 역원근법과, 작은 산에 큰 수목을 세워서 주제가 되는 인마(人馬)를 둘러싸는 반사실적인 관습적 수법이 때때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원소근대(遠小近大)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투시화법이 당대(唐代)에 이르러 발달하였고 측천무후기에 성행한 정토변상도 등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으나 누각(樓閣)의 미를 그리는 계화(界畵) 등에서 먼 곳을 향하여 수렴하는 규칙은 반드시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 ‘대기 원근법’ ‘선 원근법’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