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인그레이빙
선 인그레이빙 line engraving(영)
동판화* 기법의 하나로 금속요판(金屬凹版) 또는 조각동판이라고 한다. 뷰린이나 니들, 포인트라는 도구를 사용해 도안대로 금속판의 표면을 파낸 후, 파낸 선 안으로 잉크를 문질러 넣어 힘을 가해 눌러 찍어내는 음각 기법의 판화이다. 금속판으로는 철, 아연, 은판이 쓰이기도 하나 흔히 사용되는 것은 동판이다. 에칭*처럼 바늘 끝으로 단순히 표면을 긁고 약품에 의한 화학 작용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사용해 금속판을 어느 정도 깊이까지 파서 새겨진 선이 그대로 인쇄되어 화면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을 새길 때는 도구를 쥔 손에 힘을 가감하여 깊이를 조정하며 깊게 팔수록 굵은 선이 나타난다. 선 인그레이빙은 여러 가지 크기의 점이나 평행선, 그물눈 형태의 선들을 이용해 명암*과 농담의 효과를 낼 수도 있으나, 이 매체의 본질적 특성은 금속성의 힘, 명쾌함, 정확성을 느끼게 하는 데 있다.
선 인그레이빙 기법은 15세기 중기 독일과 이탈리아의 금세공인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발생했다. 르네상스* 시대인 16세기초에 완숙기에 이른 이 기법의 유명한 제작자로는 뒤러Albrecht Dürer(1471~1528)가 있다. 17세기에는 프랑스에 유명한 인그레이빙 추상화 학교가 생겨 기법상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 때부터 제작가들은 판화 제작상의 노고를 줄이고자 에칭과 결합시켜 도안은 에칭으로 하고 정교한 표현을 요하는 곳과 마무리만을 인그레이빙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19세기 후반 사진*이 발달하면서 선 인그레이빙의 기능은 실용적 측면이 아닌, 기법에 내재한 예술적 속성을 추구하는 측면으로 변화되었다.